[김세동의 시론]이재명과 민주당의 生과 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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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3-03-06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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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동 논설위원

‘반동분자’ ‘적’ 규정 광란 상태
투표 자백 협박은 ‘십자가 밟기’
이 대표 자제 요청 진정성 없어

이 대표와 개딸이 당에 칼 꽂아
‘조국의 강’ 못 건너 李 늪으로
이재명 버려야 민주당이 살아


이재명 대표의 대장동·성남FC 사건 관련 체포동의안이 ‘가결 같은 부결’로 끝난 뒤 보이는 더불어민주당의 행태가 차마 눈뜨고 봐줄 수 없는 수준이다. 체포동의안에 반대하지 않은 표가 예상을 훨씬 뛰어넘어 31∼38표로 나타나자 친이재명계 의원이나 개딸이 보이는 행태는 ‘민주’라는 정당 이름이 아까운 정도를 넘어 정당이라고 보기도 어려운 지경이다. 하다못해 정치자금법이나 선거법 위반도 아니고 성남시장 시절 부동산업자들과 유착한 토착 비리 혐의 사건 체포동의안에 반대하지 않았다고 색출 처단해야 할 ‘반동분자’ ‘적(敵)’으로 규정하는 데선 할 말을 잃는다. 6·25전쟁 때 인민재판을 연상시키는 짓을 같은 당 의원들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가하는 것인데, 문재인 정부 조국 사태 때부터 맛이 가기 시작한 민주당이 이젠 갈 데까지 갔다.

이재명 팬덤은 말 그대로 광란 상태를 보여준다. 독립된 헌법기관이라는 국회의원들에게 가부 표결을 자백하라는 협박을 벌이고 있다. 일본 막부시대에 있었던 ‘십자가 밟기’ 같은 야만적 행태가 2023년에 명색이 민주정당이라는 곳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비명계 의원들을 ‘배신자’ ‘낙천 대상자’라고 조리돌림 한 데 이어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낙연 전 대표까지 처단할 ‘수박 7적’ ‘국짐첩자 7적’이라고 규정하는 정신분열 지경에 이르렀다. 권좌 복귀를 노린 마오쩌둥(毛澤東)이 어린 학생들을 선동, 당 지도부를 박살 내 중국을 10년의 동란 상태에 몰아넣은 홍위병 운동에도 비견된다. 지지자들의 미친 짓을 말려야 할 친명계 의원들은 개딸 등 당원의 공천 개입 보장, 이 대표 사퇴 여부 전 당원 투표로 결정 주장 등 외려 바람을 잡고 부추기고 있다. 이 대표는 단합을 강조하며 자제를 요청하지만, 개딸이나 ‘명핵관’들은 들은 체도 안 한다. ‘말리는 시누이’처럼, 자제 요구에 진정성이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친명계나 개딸은 ‘당 대표 등에 칼을 꽂았다’며 체포동의안 이탈표 색출에 광분하지만, 외려 ‘이재명과 개딸이 당에 칼을 꽂았다’고 보는 게 진실에 맞을 성싶다. 민주당은 아직 ‘조국의 강’도 건너지 못했는데, 이재명 늪으로 자진해서 빠져들고 있다. 지난 3일 공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29%로, 국민의힘(39%)에 10%포인트나 밀렸다. 서울에선 민주당 21%로, 국민의힘(39%)에 18%포인트나 뒤졌다. 이대로면 내년 4월 총선 참패는 피할 수 없다. 사정이 이런데도 ‘수박 깨기’ ‘반란군 색출’로 날을 지새울 모양새다.

예정됐던 이재명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하면서 민주당은 선택의 길로 내몰리고 있다. 3일부터 이 대표 선거법 위반 재판이 격주로 시작된 가운데 대장동·성남FC 기소는 물론 쌍방울 대북 송금, 백현동 특혜 개발 사건 등으로 구속영장 청구가 대기하고 있다. 이대로면 총선은 폭망이다. 민주당이 ‘호남 자민련’으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이재명을 버려야 한다. 이게 진짜 선당후사(先黨後私)다. 이 대표와 친명 의원들의 행태는 당이야 죽든 말든 나만 살고, 나만 공천받으면 된다는 선사후당일 뿐이다.

지난달 27일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찬성 139표, 반대 138표, 기권 9표, 무효 11표로 이 대표가 죽다 살아나자 김용민 의원 등이 ‘다음 체포동의안이 오면 169석의 민주당이 불참해 표결을 원천 봉쇄하자’는 기상천외하고도 반(反)민주적인 주장을 편다. 0.73%포인트 간발의 차로 대선에 패배한 차기 대권 1순위이자 국회 절대다수 의석 당의 대표가 자당 의원들도 설득 못 해 표결을 회피하고서 대통령 도전은커녕 유력 정치인 위세라도 부지할 수 있겠나. 이런 상식 이하의 지저분한 대응으로 구차하게 ‘목숨 줄’을 이어간들 무슨 의미가 있겠나.

차라리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고 영장실질심사에 응해 검찰의 구속영장을 법원에서 부결시키겠다는 정면승부를 거는 게 낫다. 피할수록 이 대표 죄의 무게만 각인시켜줄 뿐이다. 구속된다면, 그만큼 범죄 혐의가 무겁고 상당수 입증됐다는 것인 만큼 대표직을 내려놓고 개인 자격으로 재판과 수사에 임하는 게 당을 위한 선택이고 속죄다. 길게 보면 당이 살아나야 이재명에게도 그나마 희망이 생긴다. 자기만 살려다 당까지 죽으면 영원히 오명(汚名)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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