씹을수록 달콤하고 고소… 봄바다 향취 담은 ‘실치’ [우리 동네 ‘히든 챔피언’]

  • 문화일보
  • 입력 2023-03-10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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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동네 ‘히든 챔피언’ - 충남 당진 장고항 ‘실치회’

초고추장 무침에 절로 침 고여
4월까지 수확… 신선도가 생명


당진=김창희 기자 chkim@munhwa.com

충남 당진시 석문면 장고항 포구는 봄철 당진의 대표 별미인 실치회(사진)를 맛볼 수 있는 명소다.

어린 뱅어를 ‘실치’라고 부른다. 실치는 대개 말려서 뱅어포로 만들지만 3∼4월에 잡히는 작은 실치는 회로 먹는다.

장고항 포구는 실치잡이가 시작되는 3월 초부터 활기를 띤다. 실치는 쉽게 죽어 상하는 탓에 산지에서만 맛볼 수 있는 회를 먹기 위해 전국 미식가들이 장고항으로 몰려온다. 실치회는 5월 초까지 먹을 수 있다.

모기장처럼 촘촘한 그물에서 실치를 꺼내 식당 수족관에 옮겨 넣는 어민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실치는 성질이 급해 그물에 닿으면 바로 죽기 때문에 선도 유지를 위해 가능한 한 빨리 포구 횟집으로 배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식당 수족관에서 꼬물꼬물 유영하는 투명한 실치는 길이가 2㎝에 불과할 정도로 가늘고 작다. 투명한 작은 몸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내장까지 훤히 보인다.

장고항 수산물유통센터에는 실치회를 취급하는 20여 개 식당이 성업 중이다. 손님들이 주로 찾는 메뉴는 실치회무침이다.

실치회를 한입 먹어 보면 싱싱하고 향긋한 맛이 봄 바다가 그대로 입안에 들어오는 느낌이 든다. 씹다 보면 고소한 맛도 나면서 절로 소주 한잔이 생각난다. 실치회와 양배추·참나물·오이·당근 등 각종 채소를 초고추장에 버무려 내는 실치회무침은 새콤달콤한 맛으로 입에 침이 고이게 한다. 3∼4인이 먹을 수 있는 양의 실치회무침 한 접시 가격은 3만5000원 정도다. 전국 가정에서 손쉽게 실치회를 맛볼 수 있도록 택배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1970∼1980년대 봄·여름철 장고항에는 전국에서 건어물 상인들이 뱅어포를 사기 위해 몰려들었다.

실치잡이가 장고항에서 가장 번성했고 이웃 포구인 성구미항과 서산 삼길포항 등에서도 성행했다. 하지만 대호만 간척사업과 철강단지 개발로 다른 포구에서는 실치잡이를 거의 중단했고 장고항만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19로 중단됐던 ‘장고항 실치축제’도 4년 만에 재개된다. 오는 4월 22∼23일 열리는 축제 현장에서 실치회를 맛볼 수 있으며 뱅어포 만들기·덕장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과 공연 등도 즐길 수 있다.
김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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