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호의 시론]민주당 ‘민주주의의 敵’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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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3-03-10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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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 논설고문

‘대장동 몸통’ 의혹 李 대표에게
특검 지명하게 하는 법안도 발의
度 넘은 입법 독재와 ‘법치 농락’

모를 수 없어도 “모른다” 잡아떼
혹세무민과 적반하장도 고질화
‘국민 두렵지 않은가’ 자문할 때


‘민주말살 법치파괴 국민이 두렵지 않은가!’ 학원이 밀집해 초·중·고등학생들이 많이 오가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대로변에서 눈길을 끄는 현수막의 구호다. 큰 글씨의 구호 내용만 보면, 더불어민주당을 비판하며 국민의힘이 내건 것으로 착각하기 십상이다. ‘윤석열 정권’을 겨냥해 민주당이 내걸었다. 실소(失笑)를 금하기 어렵다. 혹세무민(惑世誣民)과 적반하장(賊反荷杖)의 전형이다.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며 거짓말과 궤변을 일삼는 민주당의 민주주의·법치 파괴는 갈수록 더 기막히다.

공당(公黨)이기조차 포기한 듯하다. ‘이재명의, 이재명에 의한, 이재명을 위한 방탄용 사당(私黨)’ 개탄까지 자초한다. ‘소위 50억 클럽 등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자들의 불법 자금 수수 및 부당 거래 의혹에 관한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발의도 가까운 예다. ‘대통령이 소속되지 않은 교섭단체가 특검 후보자 2명을 추천하고, 대통령이 그중 1명을 선택한다’고 했다. 해당 교섭단체는 민주당뿐이다. 대장동 사건의 ‘몸통’ 의혹을 받는 이재명 대표가 특별검사를 사실상 지명하게 한 셈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수사 대상인 이 대표가 수사할 검사를 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대장동 수사를 스톱시켜 자신들의 영역으로 가져가 보려는 의도”라며 “도둑이 경찰 보고 수갑을 넘겨 달라는 법안”이라고도 했다.

물론 ‘50억 클럽’ 불법 혐의의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1심 무죄 판결은 이해하기 어렵다. 문재인 전 정부 검찰의 부실 수사 탓일 수 있다. 윤 정부 검찰의 보완 수사도 미흡하다면, 특검이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대표에게 특검을 선택하게 하려는 저의는 뻔하다. 이 대표는 빠져나가겠다는 것이다. 법치 농락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입법 독재’가 도(度)를 넘어 ‘집권 야당’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입법 내용도, 절차도 ‘위헌 소지’까지 아랑곳하지 않는다. 당명에서부터 ‘민주’를 빼야 할 정도다.

이 대표는 모를 수 없는 일조차 불리하면 “모른다”고 잡아떼는 일이 습관화한 것으로도 보인다. 성남시장 재임 중에 일어난 천문학적 액수의 부정(不正) 범죄인 대장동 사건을 두고도 그런다.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 1처장이 극단적 선택을 한 직후, 이 대표는 “시장 땐 (김문기를) 몰랐다”고 했다. 하지만 ‘호주 출장 중의 이재명·김문기 포함 3인 골프’를 함께 즐긴 동반자가 적나라하게 폭로한 전말만 해도 이 대표의 말을 전혀 믿을 수 없게 한다. 대장동 비리 혐의는 문 정부 때에 드러났다. 친문(親文) 검찰은 수사를 시작하고도 뭉개왔고, 윤 정부 검찰이 본격 수사에 나섰다. 이 대표는 국회의원의 ‘회기 중 불체포특권’을 노려, 대선 패배 3개월 만에 연고도 없는, 민주당 우세 지역인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 출마해 당선했다. 당 대표직마저 방탄용이다. 그런데 이 대표는 검찰 수사를 정치 보복으로 몬다. 문 정부가 보복을 시작했다는 것인지, 앞뒤조차 맞지 않는 억지다.

민주당은 그런 이 대표를 위해, 대의민주주의 근간인 정당제도를 희화화하기도 한다. 불법 혐의로 기소되면 당직을 그만두게 한 당헌 규정에 ‘정치 보복인 경우엔 예외로 한다’고 덧붙여, 이 대표를 ‘보복 희생양’으로 둔갑시켜 대표직을 유지하게 했다. 당헌을 또 바꾸려는 시도도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인 ‘개딸’ 등을 통해 가시화했다. 당 대표의 대통령 출마 조건인 ‘1년 전 사임’ 규정에 ‘전임 대통령 조기 사퇴 때는 예외’를 추가해, 윤 대통령을 탄핵하고 이 대표 출마의 길을 열겠다는 ‘개꿈’이다. 당내 민주주의마저 형해화(形骸化)했다.

민주주의와 법치를 허무는 혹세무민과 적반하장이 ‘민주당 DNA’인지를 묻게 하는 행태가 민주당에 고질화(痼疾化)했다. 경찰에 잡힌 도둑이 직업을 묻는 형사에게 “빈부 차이를 없애려고 밤낮없이 노력하는 사회운동가”라고 대답한다는 문 정부 때의 풍자 유머가 새삼 떠도는 배경이다. “민주당에 ‘민주’ 없고, 국민의힘에 ‘힘’ 없다”는 비유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이야말로 ‘민주주의의 적(敵)’이 되고 있다는 사실부터 알아야 할 때다. ‘국민이 두렵지 않은가’는 윤 정권을 향할 것이 아니다. 민주당의 자문(自問)과 자책(自責)이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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