콴 “베트남 난민이 오스카상… 이게 아메리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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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에에올’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여러분, 꿈을 믿으세요”

美이민 1세대 그린 ‘에에올’
커티스 첫 여우조연상 수상

‘서부전선…’ 국제장편·촬영상

1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이하 에에올)가 쏘아 올린 아시아 열풍이 거세게 불었다. 베트남 난민 출신으로 ‘에에올’로 남우조연상을 받은 키 호이 콴(사진)은 “이게 바로 ‘아메리칸 드림’”이라고 외쳤다. 같은 영화로 양쯔충(양자경)은 ‘TAR 타르’의 케이트 블란쳇과 여우주연상을 두고 경쟁했다.

베트남 출신 미국 배우 콴은 트로피를 받고 “엄마, 나 오스카상 탔어요”라고 운을 뗐다. 그는 월맹군에 사이공이 함락돼 공산화되자 일가족과 미국으로 온 ‘보트 피플’이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인디아나 존스: 마궁의 사원’과 ‘구니스’를 통해 아역 스타로 떠올랐지만, 이후 배우 일을 그만둘 정도로 부침을 겪었다. 콴은 울먹거리며 “굉장히 오랫동안 난민 캠프에 있었던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다”며 “이게 바로 ‘아메리칸 드림’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아내가 20년 동안 ‘언젠가는 당신의 시간이 올 거야. 당신의 시대가 올 거야’라는 말을 해줬다”며 “꿈을 거의 포기했었다. 하지만 여러분들은 꿈을 믿으셔야 한다. 꿈을 계속 꾸라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날 시상식엔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로 콴과 인연을 맺은 스필버그 감독이 ‘파벨만스’로 감독상 후보에 앉아 있었다. 카메라는 스필버그 감독의 얼굴을 비쳤고, 그는 미소를 지으며 박수를 보냈다.

남우조연상뿐 아니라 여우조연상도 ‘에에올’의 차지였다. ‘할로윈’의 히로인 제이미 리 커티스로선 첫 아카데미 수상이다. 그는 “‘우리’는 이 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에에올’이 아시아권을 포함한 이제껏 소외받은 소수를 위한 영화인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날 시상식엔 홍콩 액션 스타 전쯔단(견자단)이 등장해 ‘에에올’의 주제가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갑자기 손가락이 소시지로 변할 수도 있다”고 ‘에에올’의 장면을 언급했다.

‘서부 전선 이상 없다’는 국제장편영화상을 수상했다. 촬영상도 ‘서부 전선 이상 없다’가 받았다. 이 영화를 촬영한 제임스 프렌드는 과감한 앵글 활용으로 전쟁의 참상을 실감 나게 재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