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아서 일하고 사흘 휴일’ 선택 가능 … MZ세대 “사실상 과로 강제” 반발[10문10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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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3-03-14 11:57
업데이트 2023-03-14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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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1주 단위 연장근로 칸막이를 제거하는 근로시간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 10문10답 - 정부 근로시간 개편안

월·분기·반기·연 근로단위 산정
연장근로 총량 최대 30% 줄여
주 80.5시간 주장은‘극단적 사례’

선택근로제, 전업종 1→3개월로
연구·개발 직군 3→6개월 연장

경영계“업종별 유연 활용” 환영
野·노동계 반대… 법개정 불투명
윤대통령도 전면 재검토 지시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주 52시간 근무제’를 최대 주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도록 한 근로시간제 개편안 재검토를 지시한 것은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과로사회’ ‘과거로의 퇴행’이라는 반대가 거센 상황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참모 회의에서 주 52시간과 관련한 노동계 반발을 전해 듣고 “근로시간 ‘선택’인데도 마치 ‘강제’처럼 인식하게 됐다”며 “청년들에게 더욱더 소통하고 잘 알리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노조로 불리는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가 근로시간제 개편안에 반대 입장을 밝히자 정책 재검토 및 보완을 지시한 것이다. 새로고침 측은 “연장근로 관리 단위 확대는 근로조건 최저기준을 상향해 온 국제사회의 노력과 역사적 발전을 역행 내지 퇴행하는 요소가 있다”고 비판했다.

1. 윤 대통령 재검토 지시 이유는

윤 대통령은 근로시간제 개편안이 본래 취지와 달리 ‘과로 조장’ ‘과거로의 회귀’라는 반발 여론에 휩싸이자 재검토를 지시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법안과 관련한 국민 소통 절차가 부족했다는 게 대통령의 판단”이라며 “청년들에게 더욱 잘 설명할 것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새 근로시간제 개편안이 정착할 수 있는 현실적인 여건이 마련됐는지도 재검토할 예정이다. 노조가 없는 중소업체에선 강제로 연장근로를 할 수밖에 없다는 비판 의견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상명하복식 직장문화가 공고한 상황에서 2030 직원들이 본인 뜻대로 휴가를 쓸 수 있는 문화인지도 다시 들여다볼 예정이다. 정부와 대통령실은 앞으로 여론조사 등을 거쳐 보완책을 강구하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개정안 자체를 다시 개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2. 주 최대 근로 69·64시간, 왜 두가지 인가

현행 ‘주 52시간제’하에서는 일주일 근로시간이 52시간으로 묶여 있어, 일이 몰리든 몰리지 않든 상한선이 같다. 정부는 상한선을 유연화하는 데 방점을 두고 근로시간 개편안을 만들었다. 지난해 말 노동시장개혁 연구를 맡은 미래노동시장연구회는 ‘근무일 간 11시간 휴식권’을 보장해 ‘주 최대 69시간 근로’를 추진했다. 근무일 간 11시간 휴식을 보장하면 하루 11.5시간 근무(4시간 근무 후 30분 휴식 적용)가 가능하고, 주 6일 근무 시에 69시간이 된다. 하지만 근로일 간 11시간을 휴식하는 방안을 현실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사용자 측의 반대와 현행 산업재해 관련 고시 과로 인정 기준이 ‘주 최대 64시간 근로’란 점이 부각되며 ‘주 최대 64시간 근로’가 함께 제안됐다. 노사는 협의를 통해 11시간 연속 휴식권을 보장하며 주 최대 69시간 근로 혹은 주 최대 64시간 근로 중 하나를 적용할 수 있다.

3.‘월화수목일일일’주4일 근무제 탄력

정부는 이번 개편안에서 주 4일 근무가 가능한 선택근로제를 전 업종 1개월에서 3개월로 확대하고, 연구·개발 직군은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렸다. 법정근로시간인 주 40시간 안에서 근무일 수를 유연하게 바꾼 것이다. 예를 들어 월∼목요일 동안 하루 10시간씩 일하면 금요일부터 주말까지 쉴 수 있다.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안은 기존 주 단위 근로시간 산정을 월 단위 이상으로 바꿔 유연화하겠다는 것이다. 개편안이 적용될 경우 주 최대 64·69시간 근무가 가능하다. 일이 몰리지 않을 때는 법정근로시간 내에서 주 4일제 근무 등으로 쉬고, 일이 몰릴 때는 주 최대 64·69시간까지 일을 할 수 있게 만든 구조다. 근로시간 산정 등은 노사 합의로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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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주 최대 근로시간은 늘어나는데 연간 근로 총량은 어떻게 줄어드나

고용노동부는 연장근로시간을 월 단위로 할 경우 기존 주 52시간제와 차이가 없도록 했지만, 분기·반기·연 단위로 할 때는 총량이 줄어들도록 설계했다. 연장근로 단위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장시간 근로가 과도하게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조치다. 현행 제도의 연장근로시간을 분기·반기·연으로 환산하면 각각 156·312·625시간이다. 개편안은 분기·반기·연 단위에선 140·250·440시간으로 각각 10·20·30% 감소하도록 했다. 다만 노동계에선 ‘주 40시간 근로’가 자리 잡고 있는 상황에서 특정 주에 근로를 집중할 수 있게 되면 실질적인 근로 총량이 지금보다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노동계에선 “주 64시간제를 도입하면 ‘주 5일 동안 9시 출근 밤 12시 퇴근’이 이어질 수 있다”고 비판했다.

5. 주 최대 80.5시간 근무 가능한가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안을 두고 일각에선 “주 최대 80.5시간이 가능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권기섭 고용부 차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극한의 예이고 논리적 비약”이라고 비판했다. 현행 주 52시간 제도하에서도 주 7일 근무가 법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실제 운용하는 곳은 드물다. ‘주 최대 80.5시간 근로’는 하루 11.5시간 근무를 7일 동안 하면 가능하다. 즉, 주 5일 근무하고 주말 이틀까지 모두 출근했을 때 가능한 수치다. 현실적으로 주 80.5시간 근로를 할 경우, 사업주의 비용 지출도 만만찮다. 법정근로시간(40시간) 외의 연장근로는 1.5배의 할증된 수당을 지급해야 하는데, 40.5시간을 추가하면 60시간 정도의 추가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6. 현행 64시간 근무할 수 있는 탄력근로제와 차이점은 무엇인가

현재 유연근무제 일종인 탄력근로제하에서도 노사가 3개월 이내 또는 3개월 초과 6개월 이내로 합의할 경우에는 특정 주에 최대 64시간(52+12) 근로가 가능하다. 탄력근로제란, 특정 주의 법정근로시간을 늘리면 다른 주의 근로시간을 줄여 주 평균 40시간 내로 근로하는 제도인데, 한 주 52시간에 최대 12시간을 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2개월 단위 탄력근로제를 시행할 때 첫 달은 법정근로시간을 조정해 52시간까지 하고, 추가로 연장근로 12시간을 더해 최대 64시간을 사용할 수 있지만, 다른 한 달의 법정근로시간은 매주 28시간 이내로 해야 한다. 이 경우 임금은 연장근로 12시간에 대해서만 지급한다.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안은 법정근로시간 40시간을 기본으로 하고, 연장근로를 24시간 더하는 방식이다.

7. 주 64시간 5회하면 1개월 이상 휴가

정부는 근로시간 개편안에서 연장근로시간을 임금이 아닌 ‘휴가시간’으로 적립할 수 있도록 했다. 연장근로를 하고 이를 임금으로 받을지, 휴가시간으로 받을지는 노사 합의 사항이다. 연장근로 1시간을 적립할 경우 1.5배 할증된 1.5시간을 쌓을 수 있다. 주 64시간 근로(연장근로 24시간)를 할 경우 36시간이 생기는데, 5번을 할 경우 22.5일(180÷8시간(하루 법정근로시간))이 생겨 안식월이 가능하다. 다만 노동계에선 “연차를 다 쓰기도 어려운데 장기휴가는 현실적이지 않다”는 반론과 “연장근로시간을 휴가시간으로 적립했다가 추가 수당만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 내에서도 당장 제도가 정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일부 정보기술(IT) 업종을 중심으로 안식월과 같은 장기간 휴가 사용 움직임이 이는 상황에서 제도적 뒷받침을 한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8. 근로시간 개편안과 함께 근로자대표제 도입 배경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 등 주요 근로조건 결정 시에는 사용자와 근로자대표 간의 서면합의를 기본으로 하고 있지만, 현행법은 근로자대표에 대한 정의만 규정하고 있을 뿐 선출절차나 방법과 활동·지위 등 관련 규정이 없어 현장에 혼란이 있어 왔다. 특히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안은 다양한 고용형태에 따라 근로시간 개편 합의를 근로자대표와 하도록 돼 있다. 개편안에 따르면 과반수 노조가 있는 경우 과반수 노조, 없는 경우는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 투표로 선출된 근로자대표 순으로 근로자대표 지위를 부여하도록 했다. 특히 최근 들어 사무·연구 직종에 근무하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현장 직군과 다른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데, 정부는 개편안을 통해 근로자대표가 정당한 이유 없이 부분 근로자에게만 적용되는 사항에 개입하지 않도록 했다.

9. 경영계 입장은

경영계는 월 단위 이상으로 근로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만큼 근로시간 개편안에 즉각 환영 입장을 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정부의 개편안 발표 직후 ‘노동개혁의 출발점’이라며 “주 단위 연장근로 관리단위를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확대하는 등 근로시간의 유연성과 노사선택권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에 대해 환영한다”고 밝혔다. 특히 경영계는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제안했던 근무일 간 11시간 휴식 보장 대신 주 최대 64시간 근로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다.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근로시간 유연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업종 특성과 현장 상황에 맞는 근로시간 활용이 가능해졌다”고 밝혔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지난 9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근로시간제도 개편방안을 반대하는 과로사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뉴시스



10. 정치권과 노동계 벽 넘을 수 있나

근로시간 개편안은 법 개정 사항으로 국회의 벽을 넘어야 한다. 정부는 오는 4월 17일까지 40일간 입법예고 기간을 거쳐 오는 6∼7월 근로기준법 등 관련 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하지만 여소야대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야권이 정부 개편안에 반대하고 있어 국회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노동계도 개편안에 격렬히 반대하고 있다. 노사가 분기 단위로 연장근로에 합의할 경우 ‘9시 출근 밤 12시 퇴근’인 주 64시간 근로를 4주 연속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양대 노총뿐 아니라 MZ세대가 주축이 된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또한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안을 두고 “연장근로 관리단위 확대는 국제사회 노동기준에서 우리나라가 지향하는 주요한 요소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정철순·김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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