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SVB 파산 본질과 금융환경 급변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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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3-03-14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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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일주일 새 미국의 3개 은행이 청산·파산했다. 지난 8일 미국의 양대 가상화폐 은행인 실버게이트가 자발적으로 청산했고, 뉴욕의 시그니처은행이 파산했다. 그새 자산 순위 16위이면서 주로 벤처 업계의 자금을 거래하던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SVB의 예금을 전액 보장하겠다며 조기 진화를 시도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한 제2의 리먼 사태로 번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을 떨어내진 못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 팬데믹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글로벌 복합 위기로 세계 각국이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고 혈안인데 또 하나의 불안 요인이 등장한 것이다. 당장 물가 잡는 것을 최우선 순위로 뒀던 미국 정부가 금융 생태계의 급격한 붕괴 방지로 전환할 조짐이다. 우리나라 재정·금융 당국도 아직 우려할 단계는 아니라면서도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되지 않도록 대비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과거와 다른 금융시장 행태를 보이면서 대응 방향도 달라야 함을 보여준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금융기관 파산의 급속함이다. SVB는 위기설이 등장한 지 불과 36시간 만에 파산했다. 과거에 볼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다. 이는 그동안 세계 경제를 주도한 금융 분야의 혁신 결과다. 은행 창구로 직접 가지 않아도 신속히 예금 인출이 가능한 인터넷 뱅킹 시대의 산물이다. 여기에 소셜 미디어의 발전은 예금 인출이 언제 어디서나 동시에 가능하게 했다. 금융기관이 발전하는 데는 수십 년이 걸리지만, 파산은 수십 시간밖에 걸리지 않을 정도로 위험성이 크다.

최근 물가 상승에 대비한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이 표면적인 파산 원인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원인은 자금 조달과 투자 행태가 변화하는 금융 환경에 대비하지 못한 데 있다. SVB를 보면 높아지는 기준금리 환경에서 예금은 급격히 늘었지만 갑작스러운 대규모 예금 인출 요구에는 신속히 대응하지 못했다. 채권에 대한 투자가 많아서 신속히 유동화하지 못했고, 기준금리 인상으로 채권 가격이 하락해 유동화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손실을 봤다. 예금과 투자 자산 가치 간의 격차가 커진 것이다.

미국 3개 은행의 파산은 좁게는 금융시장 환경의 변화를 반영하지만, 넓게는 미래 경제 환경이 급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전형적인 미래형 산업 분야에서 위기가 시작되고 있다. 이번 미국의 금융기관 파산은 가상화폐(실버게이트, 시그니처)와 미래 성장 산업 분야인 스타트업(SVB) 분야에서 주도적으로 나타났다. 루나와 테라 폭락 사태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고, 우리의 성장동력 산업이 벤처·IT 분야임을 볼 때 이러한 산업 환경의 변화에 대응하는 금융시장 환경 조성 필요성을 시사한다.

이번 사태로 모바일 산업의 발달은 경제성장의 동력이지만 금융 환경의 변동성은 그만큼 금융 분야뿐만 아니라 전 경제 분야를 광범위한 위험에 노출시키고 있다. 우리 정책 당국이나 금융기관은 선제적으로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이번에 무력화된 예금자보호법을 우선적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 금융기관의 유동성 유지를 위한 투자 행태도 다시 돌아볼 필요가 있다. 혁신 성장의 그늘을 양지로 바꿀 지혜가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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