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감독·규제 필요하지만, 자본시장 경색 때만 단기·선별 개입을”[파워인터뷰]

  • 문화일보
  • 입력 2023-03-15 08:57
  • 업데이트 2023-03-15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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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황윤재 서울대 경제학부 석좌교수가 지난 2월 23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서울대 사회과학관 교정을 걸으며 문화일보와의 인터뷰 도중 모교 건물을 잠시 바라보고 있다. 박윤슬 기자



■ 파워인터뷰 - 황윤재 서울대 경제학부 석좌교수

은행산업 경쟁력 강화 정책
자금 배분 위해 찬성하지만
지나친 경쟁은 안정성 위협

역대 정부가 만든 과점체계
깨는 게 적절한지 모르지만
플레이어 수보다 효율 중요

금융권, 대출금리 낮추는 등
서민·영세기업 고통 나누고
재정 건전성 완충 역할 해야


한국경제가 ‘내우외환’에 직면했다. 난방비를 비롯한 공공요금 인상에 따른 고물가가 계속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기조에 맞춰 소비 심리가 위축된 탓에 내수 경기마저 가라앉았다.글로벌 경기침체로 한국경제의 주력상품인 반도체가 부진하면서 무역수지 적자 폭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버팀목인 수출 실적은 5개월째 마이너스를 이어가는 등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하고 있다. 문화일보는 올해 한국과 세계 경제의 전망과 해법을 듣기 위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동결시킨 지난달 23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서울대 사회과학관 6층 연구실에서 황윤재 서울대 경제학부 석좌교수를 만났다. 이후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가 한국과 세계 경제에 미칠 파장에 대해 황 교수와 추가 인터뷰를 진행했다. 황 교수는 지난 2월부터 한국경제학회의 53대 회장을 맡고 있다.

인터뷰 = 박정민 경제부 차장 bohe00@munhwa.com
정리 = 전세원 기자 jsw@munhwa.com

―현재 한국경제를 진단해 달라.

“현재 한국경제는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가 동시에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에 진입했다. 공공요금 인상 여파로 지난 1월 기준 소비자물가지수가 5.2% 상승했다. 소비자들의 경제 심리를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소비자심리지수(CCSI)와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모두 하락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은 0.4%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올해 1월 기준으로 수출은 1년 전보다 16.6% 감소했다.”

―올해 한국경제, 어떻게 전망하나.

“이창용 한은 총재가 기준금리를 동결한 이유에 대해 ‘차를 운전하는데 안개가 가득하면 세우고 안개가 사라질 때를 기다린 다음에 갈지 말지를 봐야 하지 않느냐’고 언급했는데 한은의 기본적인 입장은 이해할 수 있다. 현재 한국경제에 안개가 가득하다는 비유는 대외여건의 변화와 실물 경제의 추이에 대해 불확실성이 크다는 의미다. 소규모 개방경제라는 한국경제 특성상 대외여건 변화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대외여건에 더해 정부와 한은의 정책 방향에 따라서도 한국경제가 반응하기에 경기 회복 시점은 불확실하며, 고물가 추세도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가계부채 및 신용위험으로 인한 금융시스템의 불안정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

―대외여건 중 가장 관심 있게 지켜보는 사안이 있나.

“주요국 금리 추이, 미국의 물가와 실물경제지표, 중국의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눈여겨볼 포인트들이다. 예측 불가능한 요인들이기에 대외여건을 한마디로 표현하기란 쉽지 않다.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 중앙은행의 금리 정책에 영향을 준다. 한국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을 주는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각종 대출규제, 가계부채 상환 문제와 연관된다. 한국 수출실적의 경우 중국의 경제 상황과 맞닿아있다.”

―지난 정부에서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고 저금리가 이어지면서 가계부채가 급증했다. 지난해부터 각국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상 여파로 ‘가계부채 리스크’가 한국경제의 뇌관이 됐다. 가계부채 리스크를 해소하고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하는 방안은.

“한국경제가 성장하고 금융시장 발전에 따른 금융자산 증가는 가계부채 증가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어 가계부문의 부채 증가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실물경제(소득수준)에 비해 과도한 부채수준은 거시금융경제의 안정성을 저해한다. 한국의 가계부채비율은 지난해 2분기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105.4%로 세계 주요국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최근 대출금리 상승, DSR 규제, 부동산 가격 하락 등으로 고신용·고소득층을 중심으로 가계부채 규모가 다소 하락했다. 지나친 조기 금융완화 정책(premature easing)은 이러한 추세를 중단시켜 향후 가계부채 문제의 심화 및 부동산 시장의 변동성 확대를 초래할 수 있다. 저소득 및 청년층의 취약 차주들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고금리가 계속되면 취약 차주들이 가장 타격을 입고, 금융시스템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으므로 적극적인 지원책을 시행해야 한다.”

―금리 인상 시기에 서민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대통령이 직접 나서 시중 은행의 ‘이자장사’를 비판하며 ‘공공재로서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은행산업은 대표적인 규제산업이므로 금융시스템이 올바로 작동할 수 있도록 정부의 감독과 규제가 필요하다. 금융감독원이 존재하는 이유다. 국내 은행산업은 외환위기 이후 금융구조조정 및 합병 등으로 시장집중도가 크게 상승했다. 이론적으로 시장집중도가 높다고 해서 반드시 산업 내 경쟁도가 낮다고 할 수는 없다. 다만 한국은 은행의 대형화로 규모의 경제 등 비용 효율성은 크게 제고되지 않은 반면 여·수신 시장에서 은행 간 경쟁완화를 통해 ‘이익효율성’(이자수입-이자비용/총자산)이 크게 높아지고 시장 지배력이 강화됐다는 연구결과들이 있다. 이 때문에 은행 산업의 경쟁을 강화하려는 정부의 정책 방향은 자금 배분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찬성한다. 다만 지나친 경쟁요소 도입으로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이 위협받지 않도록 정부가 모니터링해야 한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황윤재 서울대 경제학부 석좌교수가 지난 2월 23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서울대 사회과학관 6층 연구실에서 인터뷰를 진행하는 도중 한국경제 전망을 묻는 말에 답하기에 앞서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박윤슬 기자



“한은 금리동결에 공공요금 줄인상… 고물가 흐름 당분간 계속될 것”

미국이 금리인상 기조 이어가면
환율 오르며 수입물가 부추겨

GDP대비 정부부채비율 56%
비기축통화 11국 평균 웃돌아
인플레·경기 침체 가능성 커져
미국 물가·중국 리오프닝도 예측불가

가계부채비율 ‘세계최고 수준’
부동산 금융완화 신중히 접근


―그렇다면 금융권이 현재 서민들을 위해 어떤 조치들을 단행할 수 있나.

“금융권이 취약 차주들에 대한 서민·영세기업의 대출금리 인하와 상환유예 등의 지원대책을 시행해 자발적인 고통분담을 하고, 정부의 재정건전성 유지에 완충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은행이 전체 금융시스템 일부니까 공공성이 있어 감독·규제 대상은 맞지만 예대금리차(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를 정부 의지대로 규제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은행의 예대금리는 기본적으로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결정돼야 하며 정부는 자본시장의 경색 등 시장 실패가 나타났을 때만 일시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 정부의 개입은 적용대상이 선별적이어야 하고, 단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자본시장 왜곡으로 회사채 시장 경색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고, 한은의 통화정책 효과를 떨어뜨릴 소지가 있다.”

―최근 SVB의 파산으로 세계 금융시장이 충격에 휩싸였는데 이번 사태를 어떻게 보는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지속되고 있는 미국의 높은 인플레이션과 이에 대처하기 위한 Fed의 긴축정책, 그리고 완화된 은행 규제 정책이 동시에 작용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썬 스타트업 등 한정된 부문에 영향이 집중되고, 조 바이든 미국 정부가 전체 예금액을 보전하고 은행권에 추가 유동성도 공급할 것을 약속하고 있어 금융시스템 전체 위기로 확산될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뱅크런은 은행의 실제 건전성보다 경제주체의 루머 혹은 기대심리에 크게 좌우되므로 향후 유사한 파산사태가 발생할 경우 세계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가능성은 배제하기 힘들다고 생각된다.”

―SVB 파산이 한국경제에 미칠 파장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과 함께 금융시장의 불안정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번 사태가 한국경제에 끼칠 영향은 무엇이고 정부와 금융당국은 이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SVB 사업구조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이번 사태가 한국경제에 미칠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세계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가계부채 및 부동산 문제에 취약성을 가지는 한국의 금융시스템에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정부와 금융 당국은 은행의 건전성에 대한 감독을 보다 강화하고, 일관되고 신뢰성 있는 정책을 통해 민간의 기대심리를 잘 통제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은행시장의 과점체계를 깨겠다고 하는데 가능할까.

“지금의 은행시장 과점체계는 역대 정부가 만들어온 구조인데 깨질지 알 수 없고, 적절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이론적으로는 2명만 있어도 과점이지만, 경쟁이 치열하게 일어날 수 있다. 플레이어 수가 중요한 게 아니고 비효율이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비효율을 없애야 소비자 후생이 증가할 수 있다. 가령 정보기술(IT)의 발달로 토스 등 새로운 플레이어가 등장해서 자금 배분의 효율성이 높아지는 등 발전하고 있다. 신규 플레이어의 진출은 심사도 잘해야겠지만 관리·감독을 잘하면 금융시스템 전체 차원에서 보면 나쁠 이유는 없다.”

―지난해부터 계속된 고물가 행진이 지금의 금리 인상 기조를 촉발했다. 현재 정부는 ‘물가정점론’에 대해 하반기로 갈수록 물가 둔화가 이어지는 ‘상고하저’로 전망하는데, 향후 물가 추세는 어떻게 보나.

“현재 물가 추이 전망을 바탕으로 2월 23일 한은이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했는데, 이는 물가는 향후 점진적으로 낮아질 것이나 국내 경기(소비·수출 감소)와 금융안정(주택시장, 가계·기업 대출)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현재까지 데이터를 보면 미국은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이 여파로 원·달러 환율 오름세가 발생하고 수입물가를 부추길 수 있다. 또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 상승 등의 요인들을 고려하면 고물가 흐름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생각된다.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로 인해 물가가 다시 오를 여지도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상반기 경제성장률을 1.1%로 하향 조정하는 등 한국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빠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무역수지 적자 규모가 올해 1월에만 126억 달러를 넘겼는데 한국경제의 버팀목인 수출 증진 해법은.

“단기적으로 보면 현재의 낮은 경제성장률은 반도체 등 핵심산업의 수출 감소에서 비롯된다. 한국경제의 주력품목인 반도체는 세계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기에 수출실적을 개선하려면 기술혁신과 수출 시장 다변화가 중요하다. 세계경기가 회복될 경우 성장률도 다소 만회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저출산·고령화로 대변되는 인구구조 변화 등의 요인으로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떨어지고 있다는 문제가 있다. 결국 생산가능인구가 꾸준히 줄어드는 상황에서 노동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고령화 속도가 가팔라져도 로봇을 포함한 생산 자동화 기술의 혁신을 통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기술선진국이 되기 위한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노동생산성을 끌어올리도록 노동시장 유연화 대책들도 시급하다. 아울러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이 0.78인데 주거·교육비 등 프랑스와 일본의 사례를 참고해 장기적인 대책 수립이 시급하다.”

―한국의 수출 증대를 위해 최대교역국인 중국의 리오프닝이 중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중국의 리오프닝으로 무역적자가 줄어들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미·중 갈등이 심화하며 세계 경제가 분절화(Fragmentation) 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경우 중간재 대외 의존도가 감소하고, 중국 수요 증대로 인한 수입물가 상승 등의 요인을 고려해야 한다. 결국 대중 의존도를 낮추고 새로운 수출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물론 중국과는 한·중 공급망 협력체 구축 등 ‘무역파트너’로서 경제적 협력관계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탓에 중앙정부 역시 채무가 1000조 원을 넘어서며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경제 수장들은 재정건전성의 중요성을 내세우고 있다. 한국 경제의 재정상태를 분석해달라.

“관리재정수지 적자 한도를 GDP의 3% 이내로 제한하되 국가채무비율의 60%를 초과할 경우 적자 한도를 GDP의 2%로 축소하는 내용의 재정준칙을 담은 국가재정법 개정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의 GDP 대비 일반 정부부채 비율은 56.1%로 국제통화기금(IMF) 기준 선진국 35개국 중 비기축통화국 11개국 평균(51.5%)보다 높고, 격차는 점차 커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 및 경기침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장기적으로는 고령화 추세로 인해 재정수요가 증가하며 정부부채 비율은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등 비기축통화국은 기축통화국에 비해서는 국제자본시장에서 정부채권의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재정건전성 악화는 거시경제의 안정성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

―정부는 노동·연금·교육 등 3대 구조개혁을 추진하겠다고 출범 초기부터 밝혔다. 현 정부의 이 같은 경제정책과 기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윤석열 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내세운 경제 정책과 기조가 실현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임기 내 계속 추진할 의지가 있는지도 미지수다. 노동과 연금개혁 등이 현재 시작이 됐는지 모르겠다. 여러 이야기만 오갔을 뿐, 실제로 시행된 개혁안은 없어 보인다. 노동개혁은 고용·근로·임금 등 노동시장의 유연화가 중요하고, 연금개혁은 큰 테두리 안에서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조정하는 ‘모수개혁’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노력도 필수다. 교육개혁은 대학의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 다만 구조개혁은 이해당사자들이 합의를 이뤄야 하는데 개혁방향은 알지만 서로의 입장이 있어 이를 조정하는 것이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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