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스파이 도구’ 우려 제기한 中 크레인, 국내 항만 53% 점유

국내 항구 10곳 크레인 총 809기 중 427기, ZPMC 제작
주한미군 무기 반입 거점 평택항은 75%가 중국산
국정원·해양경찰청·해양수산부 등 보안 점검 착수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 “‘제2의 화웨이’ 사태 막아야”


미국 전역 항구에서 사용돼 ‘잠재적 스파이’ 도구로 활용될 가능성이 제기된 중국 상하이진화중공업그룹(上海振華重工業·ZPMC)의 대형 크레인이 부산항·인천항·평택항 등 국내 주요 항만마다 대량으로 설치된 것으로 파악됐다. 미 국방부 등 안보 당국이 ‘트로이목마’로 지칭하며 안보 위협을 제기하는 만큼 국내에서도 보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리 방첩 당국도 실태 파악에 나서는 등 보안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16일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이 해양수산부로부터 제출받은 ‘항만크레인 현황’ 자료(2022년 12월 기준)에 따르면, 국내 주요 항구 10곳에서 운용되는 크레인 총 809기 중 427기(52.8%)가 ZPMC에서 만든 크레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두산중공업·삼성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대우중공업 등 국내 주요 업체의 크레인을 합친 숫자보다도 ZPMC 크레인의 점유율이 높았다.

국내 최대 항구인 부산항은 크레인 총 538기 가운데 298기(55.4%)가 ZPMC 제품이었다. 인천항은 113기 중 77기(68.1%), 울산항은 24기 중 15기(62.5%)였다. 주한미군사령부가 있는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 인근인 평택항도 전체 28기 가운데 21기(75%)가 ZPMC 크레인이었다. 이 외에 목포·포항·군산·마산·대산항 등 항구 5곳은 운용되는 전체 크레인의 100%가 ZPMC 크레인이었다.

최근 미국에서는 ZPMC 등 중국산 크레인이 미국 군사장비 등의 이동 경로 등 정보를 캐내는 ‘스파이 도구’로 이용될 수 있다는 분석이 커지고 있다. ZPMC 크레인에는 화물의 출처와 목적지를 등록·추적할 수 있는 첨단 센서가 장착돼 있어, 중국이 미군의 작전 지원을 위해 투입되는 물품, 각국의 물동량 등 각종 정보를 파악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 항구에 설치된 크레인의 약 80%는 ZPMC가 생산한 제품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한미군의 경우도 평택항을 통해 각종 무기와 물자를 반입하는 만큼 중국산 크레인이 운용되는 상황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따라 국가정보원과 해양경찰청, 해수부 등 정부 당국도 보안 점검을 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해수부는 예산을 추가로 확보해 항만 장비에 대한 보안 시스템 강화 조치에 나설 계획이라고 한다. 안 의원은 “항구는 국가 기반 시설로 어떤 곳보다 철저하게 보안이 유지돼야 한다”면서 “미국에서 ZPMC 크레인 문제가 ‘제2의 화웨이’ 사태로 커지는 만큼, 우리도 서둘러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최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