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그룹 총수도 방일 ‘총출동’ … 공급망 협력 급물살

양국 조만간 수출규제 해제 논의
일본 기업과 반도체 협력 ‘청신호’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1박 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와 정상회담을 개최하면서 2019년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단행 후 냉각기가 이어졌던 한·일 경제관계 복원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주요 그룹 총수들이 총출동하면서 첨단·신산업 분야에서의 한·일 투자확대와 중요도가 커지고 있는 공급망 분야 협력이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경제계는 한·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반도체 등 첨단산업 분야 협력 강화, 안정적인 글로벌 가치사슬(GVC) 구축, 콘텐츠 수출 확대, 일본인 관광객 증가 효과를 예상하고 있다. 17일 한·일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BRT)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가 참석하는 점도 이 같은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반도체 분야는 일본의 소재·부품·장비 수출규제가 풀릴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일본 기업과 협력 관계를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양국은 수출규제 해제와 우리나라의 대일본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중단을 위한 수출관리 정책 대화를 조만간 개최한다. 협의를 거쳐야 하지만 이미 양국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수출규제 및 화이트리스트 배제 등의 조치가 철회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수출 규제가 해소되면 공급망이 상당히 안정되는 효과가 있다”며 “삼성전자가 경기 용인에 대규모로 짓기로 한 반도체 산업단지에 일본의 관련 기업들도 상당수 입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신뢰관계가 있는 국가들로 첨단 산업 공급망을 재편하고 있는 과정에서 일본과의 협력 강화는 한·미·일 공급망 구축으로도 연결될 수 있다. 한·일 양국은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 연합체 칩4 동맹과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에 참여하고 있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전날 수출규제 후 3년간 일본과의 관계단절로 인한 우리나라의 경제적 손실이 20조 원이라는 분석을 인용하며 “한·일 관계가 개선되면 배터리 등 우리 핵심 수출 품목의 대일 수출이 확대되고, K-팝 등 한류 확산을 통해 콘텐츠 소비재의 일본 시장 진출도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 역시 한·일 관계 복원으로 한국을 찾는 일본인 관광객이 2012년 수준(342만 명)으로 늘어날 경우, 국내 경제에 총 5조2000억 원의 생산이 유발될 것이라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박수진·김병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