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논단]新민방위 수요와 비상대비체계 필요성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최원상 한성대 국방과학대학원 겸임교수

중앙통합방위회의가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북한의 인민군 창건(건군절) 75주년이 되던 날인 지난달 8일 7년 만에 개최됐다. 윤 대통령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안보는 군인만이 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하면서 군경은 물론이고 민간이 다 함께 하는 총력안보태세를 확립해 국민 보호에 만전을 기해 줄 것을 당부했다. 특히,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다양한 고강도 도발 유형에 대비하는 대응 역량 강화와 정부의 비상대비체계 정비를 주문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오는 5월 전국단위 민방공훈련을 6년 만에 실시하기로 했다. 지난 3년여 동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정부 비상대비체계의 훈련 분야인 민방위훈련, 충무훈련, 을지연습이 축소 시행됐다. 그러나 북한은 오히려 지난해에 그 어느 때보다도 미사일 시험발사를 가장 많이 했다. 그리고 이제는 7차 핵실험까지 강행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한반도 안보 정세가 매우 불안정한 상황이다.

정부의 비상대비체계는 국가안보실에서 대통령훈령으로 발간하는 안보 분야 최상위 문서인 ‘국가안보전략지침’을 근거로, 전시에 적용하는 ‘국가전쟁지도지침’과 평시에 국지도발과 재난 상황에 적용하는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에 따라 구축돼 있다. 군사 분야의 경우 국방부(합참)의 ‘군사작전계획’에 의해서, 그리고 비군사 분야는 행정안전부의 ‘민방위계획’과 ‘충무계획’에 의해서 구체화되고 있다. 이는 ‘민방위기본법’과 ‘비상 대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의무화돼 수립되고 집행된다.

특히, 정부의 비군사 분야 비상대비체계는 1969년에 비상기획위원회가 정부 기능 유지, 국민 생활 안정, 군사작전 지원을 목적으로 설치되면서 구축되기 시작했다. 이후 정부의 몇 차례 조직 개편을 통해 전시 비상대비 기능과 평시 재난관리 기능이 행안부로 통합됐다. 이에 따라 비상기획위원회는 2008년에 폐지되고, 현재의 행안부에서 5개 과(課) 1개 센터로 구성된 국(局)으로 편성돼 민방위와 전시 대비 업무를 기획하고 집행하며 정부의 비군사 분야 비상대비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정부는 국란(國亂)이 발생하면 후속 조치의 일환으로 정부 조직을 개편해 왔다. 소방청의 전신인 소방방재청, 국민의 안전을 위한 국민안전처, 감염병 예방을 위한 질병관리청이 그러했다. 따라서 북한의 기술 집약적 고강도 군사 위협이 점차 증대하는 현 안보 상황에서는 이전의 비상기획위원회와 같은 대북 대응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비군사 분야 기능과 역할을 수행하는 정부 기구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국가위기관리태세 확립, 국제민방위기구(ICDO)에서 주도적인 역할로 국제사회와 협력을 통한 민방위의 제 역할 강화, 인공지능(AI)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적극 운용하는 등 4차 산업혁명기 포괄 안보 개념에 부합하는 정부 비상대비체계가 정립될 것으로 기대된다.

윤 대통령이 비상대비체계 정비를 요구하고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무기를 위대하고 절대적 힘이라고 위협하던 이 날, 정부의 비군사 분야 비상대비체계 주무 부처 장관인 행안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됐다. 한·미 연합훈련이 진행 중이고 한·일 정상회담이 있던 16일 북한은 장거리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그들의 최대 명절인 이른바 태양절(김일성 생일)이 있는 다음 달을 지나 을지연습이 있는 8월까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런 만큼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의미를 상기하며 지체 없이 정부 비상대비체계 정비에 착수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