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비대면 혁신, 의료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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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3-03-17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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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권 사회부 차장

우리는 지금 비대면 서비스 시대에 살고 있다. 모바일로 은행 업무를 보고 국내외 주식에 투자하며, 공과금이나 과태료도 온라인으로 납부하고, 각종 증명서 등 공공서류 또한 PDF 파일 등으로 확인해 비대면으로 제출한다. 과거와 같이 금융 및 공공 업무를 위해 휴가를 내거나 점심시간에 짬을 내 관계자를 대면해야 하는 불편함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글로벌 명사의 교양 강좌나 일타 강사의 교과 강좌도 언제 어디서든 온라인 시청이 가능하며, 해외 바이어와의 미팅도 가상 공간에서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수행하는 등 기술 발전으로 인한 비대면 서비스의 혁신은 공공·민간을 가리지 않고 확산하고 있다.

그런데 유독 한 분야, 그것도 국내에서만 비대면 서비스가 제도 미비로 활용되지 못하는 분야가 있다. 비대면 진료 서비스, 즉 원격의료다. 현행 의료법은 의사와 환자 간 비대면 진료를 금지하고 있다. 국내 원격의료 도입 논의는 1988년 원격 영상진단 시범사업 시작 이후 2000년대 들어 수차례 추진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기술적 한계나 국민적 반대도 크지 않으며, 정부의 추진 의지도 강한 편이지만 수십 년 동안 시행되지 못했던 것은 일부 의사단체가 ‘안전성 및 유효성 미검증’ 등의 이유로 결사반대해 왔기 때문이다. 또, 진보 정당과 시민단체도 ‘원격의료는 의료 영리화’라며 반대 입장에 서서 법안 통과를 막았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보건복지부는 코로나19 상황이 감염병 대응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되자 2020년 2월 24일부터 한시적으로 비대면 진료를 허용했다. 의료기관을 통한 코로나19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였고, 당시엔 의료계도 반대하지 않았다. 팬데믹 3년 동안 국내 환자 1379만 명이 3661만 건의 비대면 진료를 받았지만, 일부 의사단체 등이 반대 논리로 내세운 오진 사고나 의료사고는 없었다. 총 3661만 건 중 안전사고는 처방 누락 등 가벼운 전산 착오 5건이 전부였다.

문제는 코로나19 상황이 마무리되면서, 다시 이전으로 돌아가는 분위기다. 곧 감염병 대응 단계가 하향되면 비대면 진료는 불법이 된다. 제도화를 논의하는 정부와 대한의사협회(의협)의 ‘의정협의체’도 의협이 참여를 거부해 한 달여 중단됐다가 16일 재개됐지만, 이조차도 필수의료만 논의하겠다는 조건부였다. 또, 서울시의사회·서울시약사회·서울시내과의사회는 지난달 21일 비대면 진료 반대 성명을 내는 등 의료계 반대도 다시 등장했다.

비대면 진료는 국민이 원하는 제도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비대면 진료 경험자 5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77.8%가 만족했으며, 87.8%는 다시 이용하겠다고 답했다. 도서·벽지 등 의료기관 접근이 쉽지 않은 환자는 물론, 바쁜 현대 직장인들에게도 비대면 진료는 응당 누려야 하는 혜택이다. 물론 경증이나 만성 질환의 경우다. 중증 질환 등 의사의 대면 진료가 필요한 경우는 여전히 많다. 진료시스템을 전면 비대면으로 바꾸자는 게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32개국이 비대면 진료를 허용했다. 비대면 진료 반대는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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