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한국산업단지공단 직원, 개인 텀블러 등 830만 원 어치 법카로 구매해 징계

20일, 한국산업단지공단 ‘지자체 및 유관기관 보조사업 특별감사’ 보고서
지난해 5월 정부 출연금 지원 받은 준정부기관서 법카 사용·회계 관리 부실 적발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 "공공기관 직원 기강해이 심각, 재발방지 대책 마련 필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산업단지공단 관계자들이 연구개발과제를 수행하면서 업무가 아닌 사적인 용도로 법인카드를 사용하고, 용역 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일감 몰아주기’ 의혹 등으로 지난해 5월 징계 처분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업무팀은 문재인 정부 시절 산업부의 준정부기관 사업 대상으로 선정돼 당시 2년 간 정부 출연금을 1억 원 넘게 받았는데, 사업 예산을 부적절하게 사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공공기관 직원들의 기강 해이 문제가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이 입수한 한국산업단지공단 ‘지방자치단체 및 유관기관 보조사업 특별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산업단지공단 A 지역 본부 B팀 소속 C과장(3급)과 D전문위원(별정직)은 공단 내부에 규정된 ‘법인카드 사용지침’ 위반 등으로 지난해 5월 각각 중징계(해임), 경징계(견책) 처분을 받았다. 공단 감사팀이 지난 2020년 9월부터 2021년 12월 중 B팀 실무자들의 예산 집행 내역을 점검한 결과, 해당 팀 실무자들은 이 기간 총 831만6520원(총 117건)을 법인카드로 결제하고도 업무관련성에 대한 소명 자료를 공단 세무회계팀에 제출하지 않았고 이 과정에서 최소 22차례 이상 사적인 용도로 법인카드를 사용했다. B팀은 산업기술혁신촉진법에 따라 지난 2020년 산업혁신기반구축 사업 참여기관으로 선정돼 다른 전담기관과 과제 협약을 맺고 총 1억370만 원의 정부출연금을 지원받았다.

하지만 C과장은 연구과제 추진비를 회의비 용도로 집행할 때 집행품의서와 지출결의서 등을 자신의 전결로 처리하는가 하면, 집 근처나 휴일·휴가 중 법인카드를 사용했음에도 사용 내역을 내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분식집, 토스트 전문점 등에서 메뉴 단가에 비해 과도한 금액을 결제하거나 카페를 방문해 회의 업무와 무관한 컵, 텀블러, 원두 보관함, 파우치 등 물품을 구입하는 데 법인카드를 사용했다. 감사팀은 "법인카드를 사사로이 방만하게 사용한 정황이 확인됐다"고 판단했다. 근무일 외 법인카드 사용을 제한하고 결제 내역을 신고하도록 한 공단 법인카드 사용지침을 위반했다는 취지다.

뿐만 아니라 B팀은 감사 과정에서 용역계약을 하는 과정에서 특정 업체에 ‘일감 몰아주기’ 의혹도 지적을 받았다. B팀은 업무 과제 홍보를 목적으로 2021년 5월~12월 PPT 제작, 책자 제작, 홍보영상 제작, 교육영상 제작 목적으로 총 7건의 용역 계약을 연구 활동비 예산을 집행했는데, 이 과정에서 통합 발주가 가능한 용역을 분리 발주하거나 우회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특정 업체와 500만 원 미만의 소액 수의계약을 체결했다는 취지다.

공단 측은 C과장의 경우 이같은 비위 행위의 직접적 당사자로 중과실이 인정되고, D위원은 직상급 감독자로 감독책임이 가볍지 않아 경과실이 인정돼 징계 조치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공공기관 직원 기강해이의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철저한 직원 교육 및 상시 감시 강화, 적발 시 처벌 강화 등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