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52시간제 보완 실패 땐 노동 약자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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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3-03-20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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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선 기업&경제연구소장, 연세대 경영대학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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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 근로제 유연화 정책이 큰 사회적 쟁점이 되고 있다. 그 핵심은 주 52시간제 기본 틀을 유지하면서 기업별 사정에 따라 노사 합의로 연장근로를 ‘주’ 단위에서 ‘월·분기·반기·연(年)’ 단위로 확대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주 최대 69시간까지 집중적으로 일하고 일이 적을 때 더 쉬자는 이 방안은, 양대 노총은 물론 MZ 노조로부터도 큰 비판을 받았다. 비판의 핵심은, 전 세계에서 노동 시간이 가장 길고 ‘공짜 노동’이 불문율이며, 연차휴가 소진도 어려운 마당에 이 방안을 도입하게 되면 노동자 건강권과 수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주 52시간제는 문재인 정부 때이던 2018년 7월 300인 이상 대기업에서 시작돼 2021년 1월 5인 이상 모든 기업으로 확대됐다. 문 정부는 기업들의 반대에도 근로시간 단축으로 노동자의 삶의 질 향상과 일자리 나누기에 의한 고용 증가가 가능하다며 이를 도입했다.

그러나 2021년 9월 김대일 서울대 교수는 이 규제로 양질의 일자리 나누기는 없었고, 고용이 소폭 감소했다는 실증 연구 결과를 내놨다. 또한, 그는 상용직과 임시·일용직을 나누면 이 규제로 후자의 고용과 노동 시간 투입도 크게 줄었다고 밝혔다. 결국, 문 정부의 주장과 달리 이 규제로 인한 비용 상승은 임시·일용직 구조조정으로 전가됐고, 이들의 노동소득 감소로 이어져 노동자 간 소득 불평등 심화로 귀결됐다.

김 교수는 대기업에서도 업무 대체성이 낮아 이 규제에 따른 생산비용 상승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고, 이게 고용과 노동 시간 투입에 부정적이었음도 밝혔다. 그는 이 규제가 5인 이상 모든 기업에 적용된 2021년 이후에는 그 부정적 파급효과가 더욱 클 것으로 추정했다. 주 52시간 초과 근무 비중이 비교적 낮고, 내부 노동시장도 비교적 잘 발달된 대기업들보다 중소·영세 업체들의 대처가 더 어려웠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 규제는 중소·영세 업체들의 노동비용 상승 폭을 더 높이고, 고용 감소도 더 크게 만들었을 개연성이 짙다.

이런 결과를 고려하면 정부의 개혁 방안은 노동 시간 유연성을 제고해 코로나19와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복합 위기에 처한 중소·영세 업체를 포함한 기업들이 노동력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고, 취약한 임시·일용직 노동자들의 고용과 노동 시간 확대를 가져올 합리적 대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이 방안에 대한 노동계와 국민 일반의 반대가 많은 것은, 이런 효율성의 과실을 기업들이 노동자들과 공정하게 나눌 기제가 부족하다는 불신 때문이다. 따라서 관건은, 이른바 ‘공짜 노동’ ‘열정 페이’ ‘경영 갑질’ 같은 비판을 불식하는 일이다. 즉, 정부와 기업들은 투명하고 정확한 노동 시간 측정 기준을 제시하고 객관적 측정을 통해 적정한 보상과 적정한 휴가를 보장하는 장치를 이 방안과 동시에 마련해야 한다.

기업과 정부가 정말 이 규제의 합리화를 원한다면, 주당 60시간 이내 근로라는 원안 후퇴가 아니라, 이런 보완 장치들을 추가해서 원안대로 유연화해야만 한다. 그래야 기업은 적기에 충분한 노동력을 공급받을 수 있고, 노동자들은 더 많은 양질의 일자리와 더 적정한 보수와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이렇게 될 때 국가 경쟁력도 높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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