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세계안정 훼손”… 글로벌위기 책임 떠넘긴 중·러

■ 푸틴·시진핑 ‘반미’ 공동성명

우크라·나토·오커스 강력비난
“북한과 대화조건 마련을” 주장도

미국 “중·러의 밀착은 정략결혼”

손우성 기자 applepie@munhwa.com, 베이징=박준우 특파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정상회담에서 “세계 안정을 훼손하지 말라”면서 미국을 겨냥한 비판 메시지를 쏟아냈다. 정치와 군사·안보, 경제협력 등 사실상 모든 분야에서 미국과의 본격적인 힘겨루기에 나설 뜻임을 천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과 러시아의 최대 관심사인 대만과 우크라이나 문제와 관련해 강력한 연대 의지를 밝혔으며, 북한 문제에 대해서도 “미국은 북한의 정당하고 합리적인 관심에 응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 크렘린 궁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뒤 ‘중·러 신시대 전면적 전략협력동반자 관계 심화에 관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양국 정상은 성명에서 “미국은 세계의 전략적 안정을 해치는 행위를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패권주의·일방주의·보호주의가 여전히 횡행하고 있다”며 “민주와 자유를 다른 나라를 압박하는 구실이자 정치적 도구로 삼는 행위에 반대한다”고 미국 등 서방을 비판했다. 이 외에도 미국·영국·호주 3자 안보협의체인 오커스(AUKUS)의 핵잠수함 협력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팽창 문제도 거론했다. 이들은 북한 문제와 관련해선 “미국은 실제 행동으로 북한의 정당하고 합리적인 우려에 호응해 대화 재개의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정상의 이번 공동성명은 2019년 양국 수교 70주년 기념,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 당시 발표했던 성명보다 미국에 대한 공세 수위가 한층 강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표적으로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대만 문제와 관련해 “외세의 내정 간섭을 반대한다”며 양측의 정기적 합동군사훈련 강화를 명시했다. 성명 분량도 A4용지 15장(9500자) 분량으로 베이징동계올림픽 성명(12장·7000자)보다 많았다.

이에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의 밀착을 견제하고 나섰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양국의 관계를 ‘정략결혼(marriage of convenience)’이라고 칭하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중국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선전을 추종하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