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 앞세운 기아 전기차… 난공불락 만리장성 넘어라

中, 올해부터 보조금 폐지
EV6 등으로 틈새시장 공략

기아가 ‘난공불락’으로 꼽혔던 중국 전기차 시장을 본격 공략한다. 전기차 분야에서 자국 우선주의 정책을 고수해온 중국이 올해부터 전기차 구매보조금을 전면 폐지한 데 따른 조치다. 글로벌 경쟁력과 상품성을 토대로 정면 돌파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22일 코트라 선양무역관에 따르면 최근 12년(2009∼2021년) 동안 중국 정부가 지급한 전기차 보조금 총액은 1600억 위안(약 29조5280억 원)이며 보조금 수령액 상위 10개 기업은 2위 테슬라(미국)를 제외하고 나머지 9곳이 모두 중국 업체였다.

중국은 전기차 보조금 지급 과정에서 우리나라처럼 소비자에게 돈을 주지 않고 전기차 생산업체를 지원했다. 이는 시장 형성 초반에 ‘애국 마케팅’ 등으로 판매량을 늘린 중국 기업들이 정부 보조금을 가격 정책에 반영해 차량 판매가를 낮추는 구조로 이어졌고 수입 브랜드들의 시장 공략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현대자동차·기아의 경우 2016년 한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 보복이 이뤄진 뒤 고전을 면치 못했다. 2016년에 179만2000대로 정점을 찍었던 중국 판매량은 지난해 34만3000대 수준으로 떨어졌다.

중국 정부의 보조금 폐지를 계기로 가격이 아닌 상품성과 기술력 경쟁이 가능해지면서 기아의 중국 공략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기아는 올해 중국에서 EV6와 EV5, 내년에는 EV9을 출시할 예정이다. 코트라 선양무역관은 “보조금 문제로 중국 시장 진출이 막혔던 국내 자동차 메이커나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에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근홍 기자 lkh@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