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봉건적이며 현대적”… 세계를 바꾼 중국의 번영과 새로운 위협[북리뷰]

  • 문화일보
  • 입력 2023-03-24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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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 중국의 탄생
클라우스 뮐한 지음│윤형진 옮김│너머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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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새로운 나라이면서 오래된 나라다. 아주 봉건적이고 전제적이면서도 무척 현대적이고 풍족하다. 지극히 서구적이면서도 본질은 동양적이다. 세계가 그를 변화시키고 그 역시 세계를 변화시킨다.” 중국의 대표 작가 옌롄커(閻連科)의 소설 ‘작렬지’ 속 문장이다. 중국 현실을 정면으로 다뤄 금서 위기에 처했던 소설이 말하는 ‘이곳’은 당연히 중국이다. 클라우스 뮐한 체펠린대 총장의 ‘현대 중국의 탄생’은 이 같은 옌롄커의 인식과 궤를 같이한다.

중국 현대화 400년의 궤적을 풀어낸 이 저작은 현대 중국의 출발점을 1644년 청 제국으로 삼는다. 현대 중국을 이해하려면 그 배후의 역사, 앞선 번영과 쇠퇴, 위기와 회복의 과정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책은 17세기 중반 파괴적이고 폭력적인 만주족의 정복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강력한 동시에 정교한 유라시아 제국으로 번영한 시점에서 시작한다. 18세기 중반 청 제국의 권력이 최정점에 달했을 때 중국은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1을 지배했고 세계 최대 규모의 경제를 운영했다. 하지만 19세기에 들어 안으로는 태평천국의 난, 밖으로는 아편전쟁이 이어지고 격변과 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제국은 급격한 추락을 맞는다.

그런데 중국은 어떻게 이 위기를 딛고 다시 세계의 중심으로 부상할 수 있었나. 저자는 이를 제도적 약점과 기능 장애를 극복하는 지난한 과정으로 풀어낸다. 여기엔 전근대 중국 제도의 정교함, 능력주의와 교육에 대한 강조, 복잡한 행정 경제 체계를 운영한 경험이 맞물려 작동한다. 위기에 맞선 회복력도 강력해, 굴욕은 통합의 힘으로 바뀌고 수치는 새로운 국가 정체성 건설의 자극제가 된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하나의 단일 모델이 아니라 다양한 세계 정치·경제 모델 중에 취사선택해 제도를 혁신하고 수정했다고 풀어낸다.

하지만 저자는 중국이 국제사회에서의 부와 권력의 성취에도 불구하고 매우 걱정스러운 조류를 드러내고 있다고 우려한다. 중국이 세계에 새로운 기회와 이니셔티브를 제안하지만 동시에 불균형과 불확실성을 수출하며, 새로운 위험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중국이 직면한 최대 과제로 장기간 지연된 정치 개혁을 꼽고, 정치개혁에서 실패할 경우 경제 성과도 지속될 수 없다고 전망한다. 실제로 2017년까지 상황을 담은 책이 출간된 2019년 이후, 저자의 ‘우려’는 보다 가속화,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다. 908쪽, 5만2000원.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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