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양곡법 거부권’ 수순… 내달 4일 국무회의 상정 검토

행사땐 박근혜 이후 약 7년만
일각 “정치적 부담 커 재고를”
“야당 전략에 휘말려” 우려까지

대통령실은 다음 달 4일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양곡관리법에 대한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4일 통화에서 “농림축산식품부와 법제처 검토를 거쳐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 행사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공개적으로는 “각계 우려와 여론을 수렴해 결정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내부적으론 거부권 행사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거부권 행사로 인한 정치적 부담이 만만치 않다”면서도 “그렇다고 대통령이 그동안 밝혀온 원칙을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했다. 대통령실은 이달 말 윤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결정하면 다음 달 4일 국무회의에 상정해 의결하는 일정을 구상하고 있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2016년 5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회 상임위의 ‘상시 청문회’ 개최를 골자로 한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후 약 7년 만이다.

다만 여권 일각에서 “거부권 행사를 재고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나오고 있어 윤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 대신 다른 해법을 모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제2, 제3의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민주당도 양곡관리법 부작용을 잘 알면서 내년 선거와 지지층을 의식해 강행하는 것”이라며 “서로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인 만큼 강대강 충돌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여당이 ‘야당 입법 독재’ 프레임을 씌운다고 해도 대통령 거부권 행사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상쇄하기 어렵다는 것이 여권의 중론이다.

국민의힘에선 “이재명 민주당 대표로 쏠린 시선을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분산하려는 야당 전략”이라는 해석도 적지 않다. 여야 간 이견이 큰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과 방송법, 간호법, 의료법 등도 민주당 주도로 줄줄이 처리될 예정이어서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둘러싼 진통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윤희 기자 wor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