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 화해 2주만에… 사우디, 시리아와도 관계 복원

양국, 내달 이슬람 명절에 맞춰
외교 정상화·대사관 개관 합의
중동 정세 전환점 맞을지 주목

이란과 외교관계를 정상화한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번에는 시리아와 관계 복원에 나선다.

23일 AFP·로이터통신은 사우디 외교부 관계자를 인용해 “시리아와 사우디가 10여 년 만에 외교 관계를 회복하고 대사관을 재개설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시리아 정부 소식통 역시 “양국이 다음 달 말쯤 돌아오는 이슬람 명절인 이드 알피트르에 맞춰 대사관 재개관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양국 정상회담은 오는 4월쯤 사우디에서 열릴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와 시리아는 지난 2012년 단교했다.

이번 발표는 사우디가 중국의 중재로 앙숙으로 평가받는 이란과 외교 정상화에 합의한 지 불과 2주 만에 나왔다. 시리아의 핵심 동맹인 이란과 사우디의 역사적인 관계 복원 합의는 사우디·시리아 간 외교 소통 재개에 가속도를 붙이는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는 지난 2월 튀르키예·시리아 강진 발생 직후 시리아에 구호물자를 보내는 등 화해를 암시해왔다.

시리아는 지난 2011년 내전 발생 후 22개국으로 구성된 아랍연맹에서 퇴출당했다. 아랍권과 서방 국가들은 반정부 시위에 대한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의 강경 진압을 내전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내전 초기에는 반군을 지지했다. 전쟁이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아사드 대통령은 러시아와 이란 같은 우방국의 군사 지원으로 국토 대부분을 다시 장악했으며, 아랍 국가들은 최근 수년간 그와의 관계 회복 움직임을 보여왔다.

이번 사우디와 시리아의 관계 개선은 중동 정세에 큰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파이살 빈 파르한 사우디 외교장관은 이달 초 “중동에서 인도주의적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시리아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며 시리아가 아랍연맹으로 복귀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이에 사우디와 시리아의 관계 개선을 계기로 시리아의 아랍연맹 복귀도 가시권에 들어올 전망이다.

김선영 기자 sun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