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논단]AI시대, 변치 않는 ‘기능’의 가치

  • 문화일보
  • 입력 2023-04-14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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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수봉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지난 2016년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이 세계 최정상의 프로 바둑기사와의 대결에서 4 대 1로 승리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빠른 연산 능력은 물론 사람의 ‘직관’을 모방하는 AI의 등장에 지구촌 사람들은 술렁였다. 사람의 뇌에 있는 신경세포(Neuron)를 모델로 만들어진 ‘딥러닝(Deep Learning)’은 이후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돼 자율주행, 음성인식 등 새로운 서비스로 우리의 일상이 됐다.

7년이 지난 지금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생성형 인공지능(GPT)이 나타나 또 한 번 세상을 놀라게 했다. 미국 오픈AI사의 챗GPT는 지난해 말 출시 이후 두 달여 만에 이용자가 1억 명을 돌파했다고 한다. 이제 AI는 법률적 조언이나 의료 진단은 물론 작사·작곡과 같은 사람만의 고유한 영역이라고 생각했던 창작(創作) 분야까지 진출했다.

지금까지 우리는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얼마나 많이, 잘 ‘기억’하는지를 평가하고, 더 많이 잘 기억하는 사람을 지식인이라고 했다. 축적된 지식이나 기술을 얼마나 체득했느냐가 그 사람의 역량을 가늠하는 척도였다. 하지만 사람에 가까운 AI가 사람보다 뛰어난 학습 수준과 창의성을 보이면서, AI가 몰고 올 사회 변화를 두고 낙관론과 비관론이 교차하고 있다.

사람이 기계를 통제하며 조작·처리하는 것이 기존의 ‘기술’이라면, AI로 대표되는 ‘지능정보기술’은 기계 스스로 데이터를 조작하고 처리하며 판단할 수 있다. 공상과학(SF)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AI 비서가 현실이 됐다. 기술이 스스로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하는 경지에 이르렀다고 해도, 그 시작은 사람이 학습과 체험을 통해 익힌 ‘기능(Skills)’에 있다.

인류는 산업화 과정에서 기계화와 자동화를 통해 인간의 노동을 줄이거나 효율화하면서 발전해 왔다. 바늘이나 베틀부터 재봉틀, 자동화 공장에 이르기까지 옷을 만드는 도구가 계속 발전할지라도 무언가를 ‘만드는(作)’ 것은 결국 사람의 기능, 즉 ‘기술을 구현하는 능력’이다. 사람의 기술 구현 능력 ‘기능’이 있었기에 GPT까지 개발할 수 있었다.

시대를 대표하는 기술이 아무리 바뀌어도 인간에게 내재해 있는 기능의 가치는 결코 변하지 않는다. 기술의 발전과 함께 사람의 기능도 진화하기 때문이다. AI가 사람보다 더 많은 정보를 기억하고 빠르게 분석하더라도, 그 AI를 만들고 활용하는 것은 결국 사람의 기능이다. 모든 사람은 변화하는 기술을 끊임없이 학습해야 한다. 7년 전 알파고가 등장한 후 많은 사람이 코딩(Coding)을 배우느라 바빴고, 최근 GPT가 나온 이후에는 AI로부터 필요한 결과를 끌어낼 수 있는 ‘명령어 입력 전문가’까지 등장했다. 결국, AI에 던지는 질문은 인간의 고유 영역인 것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혁신 시대에도 한 나라의 국력은 기술 구현 능력과 기능을 갖춘 인재에 달려 있다. ‘기술’과 ‘기능’을 구분하고, 기능을 낮잡아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을 바꿔야 한다. 그리고 기술 변화에 발맞춘 기능을 갖춘 청년 인재 양성이 절실하다.

매년 4월에는 전국 17개 광역 시·도에서 지방기능경기대회가 열린다. 올해는 지난 3∼7일 닷새 동안 사이버 보안이나 클라우드컴퓨팅 등 디지털·신기술 직종을 포함해 50개 직종에 4700여 명의 선수가 참가했다. 10월에는 충청남도에서 지방기능경기대회 입상자들이 참가하는 전국대회가 개최될 예정이다. 대회에 참가한 모든 선수는 기술 강국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어나갈 기능 인재다. 많은 국민이 기능 인재의 열정에 관심을 기울여 기능경기대회가 모두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로 거듭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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