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에세이]고전에 대한 21세기적 재해석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김선구, 헤파이스토스, 55×60×87㎝, 혼합재료, 2020.

이재언 미술평론가

헤파이스토스의 대장간이 요즘 많이 분주할 것 같다. 힘찬 망치질을 하는 대장장이의 신이 더 이상 쟁기나 보습만 만들고 있을 수는 없게 됐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가 점령지에 방어선을 구축, 영토화 수순에 들어간 것 같아서다. 지구촌 곳곳에 불안한 전운이 감돌고 있다. 앞다투어 무기 비축에 나서는 상황이 착잡할 뿐이다.

헤이리(이랜드뮤지엄)에서 만난 김선구의 ‘헤파이스토스’상에서 ‘우리’가 발견된다. 산업화에 매진해 온 우리, 비행기든 탱크든 순식간에 만들어주는 키다리 아저씨가 된 우리. 그런 우리의 분신이자 신(新)철기 시대의 개막을 역설하는 표상이다. 우리는 철의 새로운 미래, 평화와 생명의 도구로 사역되는 새로운 시대를 맞고 있다.

고전성과 현대성, 신화와 현실이라는 양면성이 교차하는 개성적, 초현실적 양식은 가히 압권이다. 해체와 조립이 자유로운 SF 판타지 같은 이미지와 고전적 모델링의 조합이야말로 최고의 자산이다. 특히, 과거의 고전에 대한 21세기적 재해석 양식을 장착, 새로운 무대에 도전하는 K-아트의 별이 거둘 또 하나의 성취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