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엔 정직, 생활엔 베풂… 성룡도 존경하는 ‘영화계 거목’[고맙습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2013년 전통시장 방문 행사에서 ㈜동아수출공사 이우석(왼쪽) 회장과 필자. 필자 제공

■ 고맙습니다 - 이우석 동아수출공사 회장

이우석 회장님과 만난 게 벌써 10년이다. 당시 도동환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 이사장이 주최하는 전통시장 방문차 강릉에 갔을 때 소탈한 그와 만날 수 있었다. 그렇게 첫인사 드린 것이 2013년 4월 27일이다. 1935년생인 이 회장은 1960년대부터 외화 수입을 하며 1970년대 권격(拳擊) 영화를 시작으로 한국 영화를 제작했다. 이소룡 이후 홍콩골든하베스트 영화를 수입하며 홍콩영화 전문의 독보적인 영화사로 자리했다. 애초 선입견과 달리 그는 편안한 분이다. 그를 서울 양재동 사무실로 찾아가 만난 어느 날은 4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나 그 이야기는 불과 30분의 1이라고 한다. 한 달 정도 들어야 그의 영화인생 이야기가 끝날까? 그렇듯 그는 이야깃거리가 많은 분이다.

1962년부터 영화 일을 시작했으니 벌써 반세기가 넘었다. 1973년 김시현 감독의 ‘황사진’부터 제작을 시작했고 2011년 박희곤 감독의 ‘퍼펙트 게임’까지 모두 85편의 영화를 제작했다. 편수도 많지만, 제작 목록의 영화들은 한국 영화사에서 거론되는 완성도 높은 영화들이 많다. 그러니 이야깃거리가 많을 수밖에 없다. 아직은 공개하기 어려운 이야기와 사진 등은 귀한 자료들이다.

한국 영화 제작에 있어서도 그는 많은 상을 받았고 외화 수입도 흥행작이 많아 ㈜동아수출공사는 굴지의 영화사로 자리 잡았다. 특히 홍콩영화 전문 영화사인데 장철 감독의 ‘외팔이’, 원화평 감독의 ‘취권’ 등도 그가 골랐던 영화들이다. 비록 쿼터 문제로 직접 수입할 상황이 아니라 타 영화사에 양보했지만, 그의 영화 보는 눈은 정확하다.

그는 골든하베스트의 레이먼드 초우, 하관창 등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며 성룡의 모든 출연작을 수입하기도 했다. 그래서 성룡은 그를 깍듯이 모신다. 그가 수입한 ‘007 죽느냐 사느냐’ ‘클리프 행어’ ‘위험한 정사’ ‘늑대와 춤을’ ‘다이하드’ 등은 대박 난 영화들이다. 물론 흥행에 실패한 영화도 많다. 어차피 영화는 도박산업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성공 확률이 높기에 그의 흥행을 점치는 감은 뛰어나다고 정평 나 있다.

그런가 하면 그가 제작한 한국 영화들은 화제작, 문제작이 많았다. 그가 제작비를 다른 영화사보다 더 투입했기 때문이다. 그가 제작한 ‘애수의 샌프란시스코’와 ‘황혼의 만하탄’은 한국 영화 사상 최초의 미국 올 로케이션 영화이다. 역시 미국 올 로케이션으로 제작한 배창호 감독의 ‘깊고 푸른 밤’은 그해 최고 흥행 및 대종상작품상을 수상해 흥행과 작품성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격이었다.

그런가 하면 극진회관의 최배달과 대한태권도협회의 김운용 회장과의 만남을 주선하고 방학기 만화가가 ‘바람의 파이터’를 그리게끔 가교 역할을 했다. 나와는 일주일에 몇 번씩 식사를 하며 한국 영화 이야기를 나눴다. 가족보다도 더 많이 외식을 하고 커피를 마셨을 것이다. 편하게 영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 영화계에서 길게 활동했으며 지금 생존한 최고령 제작자로서 그의 증언과 인터뷰는 중요하다. 나는 그와 만남의 시간을 보내며 이 시간들이 중요함을 새삼 깨닫게 됐다. 그의 증언들은 그만큼의 중요성을 갖고 있다. 가능하다면 지속적인 인터뷰를 가져 나의 연구서인 ‘한국영화100년사’ 시리즈에 그의 중요 증언들이 담겨 전해지길 희망하고 있다.

그는 “정직이 최고의 빽이다”라는 말을 많이 한다. 그만큼 누구에게 청탁하지 않고 정직하게 사업을 했다. 반세기를 넘겨 최장수로 영화계에서 활동했고 누구에게나 베풂을 선물했다. 해마다 영화인들을 위해 성금을 내고 연말이면 송년회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그의 선행은 꼭 돈이 있어서가 아니라 진정으로 영화인들을 위하는 마음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영화인들로 해서 벌었으니 베풀겠다는 마음이다. 그런 큰마음 씀씀이를 통해 그의 진면목을 느낄 수 있다. 그야말로 한국 영화계의 첫손에 꼽히는 신사이며 거인이다.

그의 숙원 사업인 인천의 넥스트 스튜디오는 지난해 5월 2일에 완공됐다. 대지 1700평에 건평이 4000평이다. 이 스튜디오 건설은 강남역의 동아극장과 맞바꾼 대역사이다. 이런 대형 스튜디오를 남긴 이우석 회장이야말로 진정으로 존경받을 영화인이다. “이 회장님, 고맙습니다. 언제나 건강하시고 파이팅입니다!!”

안태근 한국다큐멘터리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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