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단녀 닥터차의 뻔뻔남편 응징… 뻔하지만 통쾌한 권선징악[안진용기자의 그여자 그남자]

  • 문화일보
  • 입력 2023-05-10 08:58
  • 업데이트 2023-05-10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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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진용기자의 그여자 그남자 - 드라마 ‘닥터 차정숙’의 정숙 - 인호 부부

남편·아들 위해 일 포기한 그녀
20년만에 병원 레지던트 복귀
집안·직장 방해 극복하며 성공

외부선 존경받는 의사지만
안으론 불륜에 폭언 위선남
그가 추락할수록 시청자 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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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닥터 차정숙’.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또 한 편의 ‘고만고만한’ 의학드라마라 생각하기 쉽다. 그래서 1회 시청률은 4.9%(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정도였다. 하지만 이후 가파른 상향 곡선을 그리며 8회 시청률이 16.2%까지 치솟았다.

그 중심에 그 여자, 차정숙(엄정화 분)이 있다. 20년 경력단절을 딛고 다시 의사 가운을 입은‘교수님급’ 그 여자를 두고 주변에서는 “불편하다”고 아우성이다. 하지만 차정숙은 굴하지 않는다. “내가 뭘 좋아하지?”라는 자문 끝에 내린 결정에 후회는 없다.

그 남자, 서인호(김병철 분)는 차정숙의 남편이다. 20년간 아내이자 엄마로 살아온 그 여자가 갑자기 변했다. 게다가 자신이 일하는 대학병원에 레지던트로 들어오면서 모든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그 남자, 겉으로는 아내를 위하는 척하지만 불리해지면 “지금 1년 차 나부랭이가 함부로 교수한테 달려들어?”라고 외치는 속물이다.

◇그 여자, 나를 치료하다

그 여자는 촉망받는 의대생이었다. 하지만 의도치 않은 임신과 동시에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대신 동기였던 남편을 교수로 만들었고 아들도 의사가 됐다. 피부과 전문의가 된 동기에게 진료받은 후 “나라고 집에서 놀기만 했겠냐? 애 둘 부지런히 낳고 키워서 사람 둘 만들어 놨어”라고 자랑스럽게 말한다.

하지만 급성 간염으로 생사를 넘나드는 자신을 두고 간이식을 망설이는 치사한 남편을 보며 그 여자는 삶을 되돌아본다. “내 인생이 완벽한 줄 알았어. 대학 병원 교수 남편에 우등생 아들딸 가진 부잣집 사모님. 근데 죽다 살아나 보니까 다 필요가 없더라.”

그 여자는 다시 책을 잡았고 전공의 시험에서 50점 만점 중 49점을 받는다. 하지만 면접이 고비였다. 교수와 비슷한 연배의 레지던트를 ‘모실’ 병원은 많지 않았다. 면접에서 그는 “의대 졸업 후 인턴을 마칠 때까지 부끄럽게도 어떤 의사가 되고 싶은지 고민해 본 적이 없다”며 “두 아이를 키워내고 대수술을 경험한 지금에서야 정말로 괜찮은 의사가 되고 싶다는 소망이 생겼다”고 말한다. 의사의 소명을 몸소 깨달았다는 점에서 그 여자의 지난 20년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여자의 길은 순탄치 않다. 자기 아들이 최고인 시어머니와 갈등을 빚고, 남편은 불륜을 저질렀다. 고등학생 딸은 여전히 엄마 손이 필요하다. 전형적인 막장 코드다. 하지만 이런 역경들은 그 여자의 발목을 잡지 못한다. 오히려 한 단계 성장하고 도약하는 디딤돌로 작용한다. 이런 ‘사이다’ 전개는 시청자들의 막힌 속을 뚫어주며 시청률을 견인한다. ‘닥터 차정숙’은 의학 드라마의 표피를 쓰고 있지만 판타지 드라마에 가깝다. 그래서 굳이 어려운 의학 용어를 남발하며 전문직 드라마를 흉내 내지 않는다. 의사보다는 환자의 입장이 되기 쉬운 시청자 눈높이에 맞춰 “누가 실력 좋은 의사인가?”가 아닌 “누가 참의사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 남자, 개××가 되다

병원에서는 존경받는 의사이고, 집에선 시어머니를 깍듯이 모시는 현모양처와 가업을 이어 의사가 된 아들을 둔 성공한 가장. 이렇듯 그 남자의 삶은 완벽해 보였다. 아내가 각성하기까지는.

하지만 수술을 마친 그 여자가 간이식을 거부한 남편에게 내뱉은 첫 마디는 “개××”였다. 이때부터 관계는 전복되기 시작한다. 그 여자는 더 이상 가식적인 그 남자를 위해 모닝커피를 내리지 않는다. 게다가 그 남자는 오랫동안 내연 관계를 유지하던 여의사와의 불륜 관계가 들통날 위기에 처한다. 그 남자의 첫사랑이자 내연녀인 최승희(명세빈 분)는 그 여자를 병원에서 내쫓으라 종용하고, 그 남자는 “제발 그만둬! 병원에서 당신 얼굴 보는 게 얼마나 괴로운지 생각해봤어?”라고 역정을 낸다. 적반하장이다. 빨간 속이 들여다보이는 그 남자의 목소리가 커질수록 시청자들의 원성 또한 커진다. 그래서 그가 “개××” 소리를 들은 1부(4.9%) 엔딩 이후, 2부 시청률은 7.8%로 껑충 뛰어올랐다. 그 여자의 마음에 공감한 시청자들이 한데 뭉쳤고, 그 남자는 그렇게 ‘국민 개××’가 돼가고 있다.

‘닥터 차정숙’은 이렇듯 뻔하지만 통쾌한 권선징악 구도로 흘러간다. 원래 ‘아는 맛’이 무서운 법. 그 맛을 느끼려 다시 수저를 든다. 그 여자의 성공이 커질수록, 그 남자의 추락이 깊을수록 시청률 곡선은 춤을 춘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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