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 통신기사 눈빛이 맑아서…[결혼했습니다]

  • 문화일보
  • 입력 2023-05-10 09:20
  • 업데이트 2023-05-10 10:00
프린트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 결혼했습니다 - 정호식(34)·김보영(여·33) 부부

저(보영)와 남편은 통신업체 기사와 고객사 직원으로 처음 만난, 남들과 다른 특별한 인연으로 시작했어요. 지난 2020년 겨울, 당시 제가 다니던 회사에서 전화기를 교체했어요. 남편은 엘리베이터도 없던 4층 저희 사무실로 혼자 20대가 넘는 전화기를 카트에 담아 요란한 소리를 내며 계단을 오르고 있었어요. 혼자서 힘들 것 같아 도와주자는 마음에 1층으로 내려갔죠. 코로나19로 마스크를 쓰고 있을 때였는데, 눈빛만 봐도 알겠더라고요. ‘와 기사님 눈이 참 맑고 예…쁘다!’ 마스크로도 저희 남편의 훈훈함을 감출 수 없었던 거죠.(웃음)

남편은 마치 유치원 선생님처럼 친절하게 새 전화기 사용법을 가르쳐줬어요. 다른 자리로 걸려온 전화를 제 자리로 돌려받는 연습도 했어요. 남편은 이때부터 저한테 호감을 느끼게 됐대요. 명찰로 본 남편 이름 ‘호식’도 마음에 들었어요. 제가 식탐이 있어서 친구들이 제 이름 ‘보영’에 ‘식(食)’을 합쳐 ‘보식’이라고 부르거든요. 이런 제 별명을 듣고, 남편은 “남자친구랑 맛있는 거 많이 드시러 가면 되겠어요∼”라고 말하더라고요. ‘호호호’ 웃으며 넘겼죠.

기사와 고객사 직원의 업무적인 만남 다음 날, 저는 용기를 내어 남편에게 연락했어요. 그리고 “저 남자친구 없는데, 저하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같이 갈래요?”라고 물었죠. 그렇게 저희의 아주 사적인 만남이 시작됐어요. 사실 기사와 고객사 직원이라는 것 빼고는 아무 정보도 없이 만나다 보니, 연애하면서 종교 등 서로의 차이를 뒤늦게 알게 됐어요. 하지만 이런 차이를 극복하면서 저희의 관계도 더 진지해졌어요. 결혼에 대한 확신도 생기게 됐고요.

지난해 7월 저희는 결혼식을 올리며 부부가 됐어요. 돌이켜보면 남편과 처음 만난 날, 전화기를 들고 요란스레 ‘쿵쾅’ 계단을 오르던 그 소리가 결혼할 인연을 만날 때 들린다는 종소리가 됐네요.

sum-lab@naver.com
주요뉴스
기사댓글
AD
count
AD
AD
AD
AD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