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토록 기다린 ‘엔데믹’, 의료진 모처럼 ‘활짝’

  • 문화일보
  • 입력 2023-05-11 16:30
  • 업데이트 2023-05-11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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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왼쪽부터 강수민 간호교육팀 간호사(32세), 김기석 간호교육팀 간호사(32세), 원정미 간호교육파트장(49세)가 11일 서울 양천구 서울시 서남병원 음압병실에서 ‘덕분에 챌린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남병원 의료진은 감염병 전담 병원으로 지정된 2020년 2월 20일 이후 지금까지 코로나19 최전선에서 헌신했다. 전담병원에서 해제된 2022년 5월 19일까지 6,519명이 입원했고 격리해제 6,085명, 전원 380명, 생활치료센터 52명, 사망 6명 총 6,523명을 진료했다. 윤성호 기자

정부가 코로나19 위기경보를 심각 단계에서 경계 수준으로 조정하고 6월부터 본격 적용한다고 11일 밝혔다. 사실상 ‘엔데믹’ 선언이다. 엔데믹을 맞아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됐던 서담병원 의료진의 심정을 들을 수 있었다. 생사가 넘나들던 방역 최전선인 음압병동에서 모처럼 그들은 활짝 웃으면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했다.



원정미(49세) 서울특별시 서남병원 간호교육파트장

#1 코로나-19 기억에 남는 장면

코로나-19 폭증 시기, 선별진료검사소에서 PCR 검사를 위해 내원한 시민분들의 길게 늘어선 검사대기 모습이 기억에 남습니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줄을 보면서 코로나-19 상황이 끝나는 날이 올까 라는 두려움이 많았습니다.



#2 보람을 느꼈던 순간

코로나 확진자가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심각한 호흡곤란 증세를 보였던 적이 있습니다. 활력징후, 산소포화도는 정상수치와 거리가 멀었고 환자의 생명이 매우 위중한 상황이었는데요.

감염병 대응에 숙련된 의료진의 적절한 처치와 반복 숙달된 위기대응 프로세스를 통해서 환자의 생명을 구했던 것이 간호사로서의 보람을 느끼게 해줬습니다.

공공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사들은 확진자로부터의 감염 우려보다는 환자의 코로나 완치를 위한 적극적인 간호처치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전담병원 운영 당시에는 매일, 24시간 비상연락망을 가동시켜 환자 치료에 작은 빈틈도 없도록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는데요. 확진 환자가 치료를 잘 받고 퇴원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참 감사한 일이다. 안도하고 보람있었던 그 때의 서남병원 전직원들이 멋지고 자랑스럽게 생각됩니다.



#3 엔데믹으로 전환되는 심정

"이제 다 이루었다." 그 말이 정말 떠오르는 시간들입니다.

하지만 서울시 산하 공공병원 간호사로서 시원하게 끝났다는 생각보다는 또 다른 신종 감염병에 신속한 대응을 위해 항상 준비해야하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엔데믹 선언을 들으면 눈물이 날지도 모르겠습니다. 3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코로나와 함께한 의료인이라면 누구나 저 같은 생각과 마음이 들 거 같습니다.



김기석(32세) 서울특별시 서남병원 간호교육팀 간호사

#1 코로나-19 기억에 남는 장면

코로나 전담병원으로 전환 후 원내 첫 환자가 왔을 때 제가 입원을 받게 되었는데, 그 때 당시 코로나는 저에게도 무서운 질병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보다 훨씬 더 두려워하는 환자를 위해 진심으로 다독여 주었더니 마음의 안정을 되찾아가는 환자를 보며 말로 표현하지 못할 감정이 들었습니다.



#2 보람을 느꼈던 순간

택시를 타거나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내가 간호사임을 밝혔을 당시 다들 고생이 많다며 격려를 해주었습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보람을 느꼈습니다.



#3 엔데믹으로 전환되는 심정

그렇게 무서워하던 코로나가 이제는 정말 끝이 보이는구나! 이제 우리 일상에서 생기는 여느 질병 중 하나와 다르지 않구나! 라는 생각이듭니다.





강수민(32세) 서울특별시 서남병원 간호교육팀 간호사

#1 코로나-19 기억에 남는 장면

격리 병실이라는 낯선 환경에서 처음 겪는 증상으로 인해 한껏 불안해하던 환자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유독 밝은 얼굴로 의료진과 같은 병실 환자들에게 늘 긍정적인 말씀을 전해주시던 환자분이 계셨습니다. 2주 정도 치료하던 도중 갑자기 진행된 증상 악화로 인해 급하게 상급 병원으로 전원을 가게 되었는데 그 날 처음 보았던 그 분의 어두운 표정이 잊히지 않습니다.

또, 코로나 병동을 오픈하고 얼마 되지 않아 10살 정도의 어린 아이와 그의 어머니가 함께 입원하였습니다. 입원해있던 도중 아이가 생일을 맞게 되었는데 케이크와 간식을 매우 먹고 싶어 하는 모습을 보며 어머니께서 많이 속상해 하였습니다. 그 모습을 본 간호사들이 작게나마 초코파이로 케이크를 만들고 귀엽게 꾸민 방호복을 입고 깜짝 생일파티를 해주었는데, 생일을 맞은 아이는 기쁘게 웃었고 그걸 지켜보던 어머니는 눈물을 보였습니다. 보잘것없는 케이크이지만 기쁘게 받아주던 아이의 모습과 저희에게 고맙다고 연신 말씀해주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기억에 남습니다.



#2 보람을 느꼈던 순간

진부한 얘기일 순 있지만 상태가 안 좋던 환자들이 좋아졌을 때 보람을 많이 느꼈습니다. 저조차도 과연 이 환자의 증상이 좋아질까 의심했던 적이 많았는데, 정말 신기하게도 어느 순간 증상이 호전되고 컨디션이 눈에 띄게 좋아지는 환자들을 보며 힘을 내게 되었습니다.



#3 엔데믹으로 전환되는 심정

정말 코로나는 끝나지 않을 것 같았는데 끝이 보인다고 하니 아직 얼떨떨합니다. 몇 년 동안 코로나가 일상의 많은 걸 바꾸었지만 그로 인해 마스크를 벗을 수 있다는 이런 소소한 부분조차에서도 행복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윤성호 기자
윤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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