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논단]‘자동차 급발진’의 과학적 규명 필요성

  • 문화일보
  • 입력 2023-05-12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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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훈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회장

최근 온라인 동영상 매체 등에서는 자동차가 급가속하며 발생한 교통사고에 대해 단지 차량 블랙박스와 CCTV의 녹화 영상만을 근거로 이른바 ‘급발진 현상’이라고 판단하는 주장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았는데도 의도하지 않은 급가속이 일어났다는 주장들이다.

이러한 급발진 주장 사고는 근래뿐만이 아니라 자동변속기의 보급 확산 등에 따라 1970년대 초부터 미국에 보고되기 시작했다. 각 나라에서는 객관적인 조사를 수행할 수 있는 국가 전문기관을 통해 수차례 실제로 급발진 현상이 있었는지 면밀히 조사해 왔다.

먼저,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서는 1980년대 후반부터 3차례 조사(1987∼1989, 2010∼2012, 2020∼2021)를 했으나, 원인을 운전자 가속페달 오조작 등으로 결론지었다. 캐나다는 자동변속기 급가속 현상에 대해 운전자 실수 가능성이 크다고 발표했다. 일본은 차량의 기계적 결함 가능성을 조사(1987∼1990)했으나 결함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 이후 추가 조사를 하지 않고, 주원인인 고령 운전자 등의 페달 오조작 예방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이를 국제 기준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국토교통부에서 전문기관을 통해 4차례(1999∼2000, 2010∼2011, 2012∼2013, 2021) 조사를 했으나, 이른바 급발진 현상과 차량 결함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히, 3차 조사(2012∼2013)에서는 조사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민관 합동조사반을 구성하고, 국회(의원 및 보좌관), 언론(기자 등), 교수, 연구원 등 전문가들의 참관 아래 공개 재현 및 검증을 했으나 급발진 현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보도된 바 있다. 또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도 2019년 6년간(2013∼2018) 발생한 급발진 추정 사고를 분석했는데, 그 결과 분석이 가능한 사고는 모두 페달의 오조작이라고 발표했다.(269건 가운데 페달 오조작 76%, 사고 차량 미제시 및 심각한 파손으로 감정 불가 24%)

한편, 대개의 승용차에는 국제기준에서도 규정하는 사고기록장치(EDR)가 장착돼 있다. 이 장치를 통해 운전자가 사고 당시 브레이크 및 가속 페달 등을 작동시켰는지 기록하고 확인할 수 있다. 자동차관리법에서는 자동차 소유자 측에서 그 기록 결과를 요구하면 제조사 측이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사고 시 객관적인 원인 분석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객관적인 조사 결과 등과 달리 급발진 사고를 주장하는 이들은 EDR와 차량의 작동 상태를 신뢰하지 못한다며, 급발진 의혹을 끊임없이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 세계 과학자와 기술자들이 우리나라 일각의 급발진 주장을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기도 하다. 이러한 지속적인 급발진 사고 주장에 따라 제조물 책임법상 차량 결함 입증 책임의 주체를 소비자에서 제조사로 바꿔야 한다는 입법 움직임도 있다. 그러나 제조사로의 입증 책임 전환은 불필요한 분쟁과 소송 남발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어 전 세계적으로도 입법례를 찾아볼 수 없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이른바 급발진 사고에 대한 섣부른 의혹 제기와 분쟁보다는 세계적으로 인정하고 통용하는 EDR의 기록 결과를 바탕으로 과학적인 분석과 원인 규명을 통해 사고 예방 대책을 세우는 데에 열정을 쏟아야 한다. 자율주행자동차 상용화를 앞둔 현시점에서 기술을 통해 사람의 실수로 인한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첨단 안전장치의 장착을 지원하거나, 안전장치의 장착을 의무화하는 등 실효성 있는 사고 예방 대책 세우기에 더욱 집중할 때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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