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진부터 ‘화상 통신’ 원칙… 지방 ‘의료서비스 소외’ 해소 전망[10문10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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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3-05-23 09:00
업데이트 2023-05-23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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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문10답 -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내달 1일부터 시범사업 실시
해당질환으로 대면 진료한 뒤
의료기관 판단에 따라 비대면
소아환자는 초진 허용도 검토

의사단체 “안전성 우려 여전해”
플랫폼업체 “재진,이용률 하락”
이윤 추구 접근땐 국민만 피해
시범사업 뒤 의료법 개정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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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 기간 활성화됐던 비대면 진료가 엔데믹 시대에 접어들면서 내달부터 제한적인 시범사업 형태로 전환된다. 정부와 여당이 지난 3년 동안 감염병 예방을 위해 첫 진료(초진)부터 받을 수 있던 비대면 진료를 같은 질환으로 거듭 진찰받는 재진만 허용하는 방식으로 변경하기로 한 것이다. 당정의 발표 후 의사단체와 보건의료시민단체, 비대면 플랫폼 업체들은 즉각 서로 다른 입장을 냈다. 의사단체들은 비대면 진료의 효과·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개선을 요구했고, 보건의료시민단체는 영리기업의 의료시장 진입만 도울 것이라고 강하게 반대했다. 반면 비대면 플랫폼 업체들은 재진으로 한정하면 이용률이 크게 낮아져 많은 환자가 혜택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비판 의견을 냈다. 논란이 많은 비대면 진료, 어떻게 진행되는 게 맞을까. 물론 내달부터 시행되는 비대면 진료는 시범사업인 만큼 이후 법 제도화 과정에서 개선될 가능성도 있다.

1.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어떻게

보건복지부와 국민의힘은 지난 17일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당정협의회’를 열고 내달부터 제한적 시범사업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대상 환자는 의원급 의료기관의 대면 진료 경험자로 제한한다. 즉 의료기관에서 해당 질환으로 1회 이상 대면 진료 경험을 한 뒤, 이후 상시적 지속적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자, 또 의료기관에서 비대면 진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기타 질환자의 경우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다.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자의 경우 1년 이내, 기타 질환자는 30일 이내에 진료를 받은 경험이 있어야 한다. 병원급 의료기관에서도 희귀질환자, 수술치료 후 지속 관리가 필요한 경우에 한해 재진으로 허용한다. 다만, 의료기관이 부족한 섬, 벽지 거주 환자는 예외적으로 초진 진료가 가능하다. 대상 지역은 복지부 장관이 고시한 곳으로 섬 363개, 벽지 116개 등이다. 또한 65세 이상 노인, 장애인 등 거동불편자도 예외 대상이다. 감염병예방법상 감염병 확진자는 확진 의료기관이 아닌 다른 의료기관에서 진료가 필요할 때 초진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다. 또 정부는 소아·청소년 환자에 대해 휴일과 야간에 초진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2. 진료 방식은

환자·의사가 상호 본인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화상 통신이 원칙이다. 다만, 화상 통신 사용이 곤란한 노인 환자나 스마트폰이 없는 경우엔 음성 전화 이용도 허용한다. 대신 유·무선 전화가 아닌 문자 메시지나 메신저만으로는 허용하지 않는다. 비대면 진료 이후 처방전은 환자가 지정하는 약국으로 팩스나 이메일로 송부하도록 한다. 플랫폼 앱의 약국 자동배정은 금지하고, 환자 위치 기반으로 모든 약국을 표출시켜 환자가 약국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 의약품 수령은 본인 수령이나 보호자·지인 대리수령이 기본 원칙이다. 다만 거동이 불편한 노인·장애인, 감염병 확진자 등에 대해선 보완 방안을 강구하기로 했다.

3. 비대면 진료, 그 간의 경과는

의사와 환자 간 비대면 진료는 현행 의료법상 불법이다. 의료법에는 ‘원격의료’를 의사·의사(의료인) 간 원격 자문 형태로만 허용하고 있다. 그동안 의사와 환자 간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수없이 발의돼 왔지만,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았다는 의사단체의 반대와 의료영리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보건의료시민단체들의 반대로 매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분위기가 전환됐다. 정부가 2020년 초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비대면 진료를 한시적으로 허용했고, 그해 말에는 법적 근거를 담은 감염병예방법 개정안도 이견 없이 국회를 통과한 것이다. 다만 감염병예방법상 비대면 진료는 감염병 위기단계가 ‘심각’일 때만 이뤄질 수 있다. 내달 1일 코로나19 위기단계가 ‘심각’에서 ‘경계’로 떨어지면 비대면 진료는 시행하지 못하게 된다.

4. 제도화 탄력받은 이유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는 동안 비대면 진료를 시행하면서, 의료계 등이 주장해왔던 안전성과 효과 미검증 우려가 해소됐다. 팬데믹 약 3년 동안 1419만 명을 대상으로 3786만여 건의 비대면 진료가 시행됐다. 복지부에 따르면 비대면 진료 중 재택치료 건수를 제외한 736만 건에 대해 분석한 결과 환자 안전사고는 5건으로 보고됐고, 이 경우도 처방 과정에서의 누락·실수 등 상대적으로 경미한 내용이었다. 또 전체 의료기관 중 27.8%인 2만76곳이 참여했는데, 의원급 의료기관이 93.6%(전체 진료 건수의 86.2%)로 의료계에서 우려하던 상급병원 쏠림 현상은 발생하지 않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실시한 만족도 조사에서 각각 87.8%와 87.9%가 다시 활용 의향이 있다고 긍정적으로 답했다. 국민 의료접근성 개선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정부가 지난 4월 법 개정을 통해 비대면 진료를 제도화하려 했지만, 여야 합의가 결렬돼 무산됐다. 복지부는 당정협의를 거쳐 법 개정 전에 시범사업 형태로 비대면 진료를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5. 비대면 진료 제도화 기대효과는

비대면 진료는 수도권과 지방의 의료 서비스 격차를 해소하고 환자의 편의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국내의 경우 수도권에 의료기관이 쏠려 있는 만큼, 의료기관이 부족한 지방 환자들은 의료서비스에서 소외되는 현상이 적지 않았다. 비대면 진료가 제도화되면 환자의 지리적 공간에 제약 없이 전문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늘어난다. 또한 바쁜 현대인에게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으면서도 치료 접근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평가된다. 실시간으로 환자의 상태를 면밀히 다각도로 파악할 수 있어 환자 맞춤형 건강 관리 방법을 제공할 수 있으며, 향상된 의료정보시스템을 활용하게 됨으로써 의료서비스 질 제고도 기대 효과 중 하나로 꼽힌다. 빠른 시간 내에 환자의 건강모니터링 정보를 받거나 분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6. 플랫폼 업체가 주장하는 문제점은

주로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자가 재진일 경우에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것에 대해 효율성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원격의료(비대면 진료) 서비스 운영 업체들의 협의체인 원격의료산업협의회는 비대면 진료를 하는 앱 이용 환자 대부분은 20~30대 워킹맘·직장인이며 주로 감기와 두드러기 등 경증일 때 급히 진료받을 병·의원을 찾는 초진 환자라는 것이다. 이번 시범사업에는 비대면 진료는 △30일 이내에 △동일 병원에서 △동일한 질환으로 △1회 이상 대면 진료를 받은 이력이 있어야 한다. 협의회는 “이것은 비대면 의료서비스를 선택하는 국민의 고충과 수요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며 과도한 규제”라며 “병원 방문이 어려운 국민에게 접근 자체가 어려운 대면 진료부터 받으라는 것은 심각한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7. 의료계의 입장은

의료계는 여전히 비대면 진료의 효과와 안전성이 우려된다는 주장이다. 대한의사협회·대한치과의사협회·대한약사회는 지난 19일 공동입장문을 통해 “비대면 진료는 국민 건강을 증진·수호해 온 검증된 방식인 대면 진료와 비교해 동등한 수준의 효과·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비대면 진료는 대면 진료의 보조적 수단으로 사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소아·청소년은 특성상 대면 진료를 해야 하고 병원급 비대면 진료도 허용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소아·청소년은 표현이 서투르고, 그 증상이 비전형적인 환자군이라 반드시 환자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대면 진료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비대면 진료에 대한 법적 소재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보건의료단체연합 등 보건의료시민단체는 의료영리화라면서 시범사업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8. 개선해야 할 점은

비대면 진료 자체가 국민 편의성에 치우치게 되면 의료서비스 자체가 민간 플랫폼 기업에 종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 안에 가맹 병·의원이 많아질수록 플랫폼의 시장 장악력도 커지면서, 과거 대형 포털업체들이 시장을 주도했던 것과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공적 성격이 필수인 의료에 민간기업들이 이윤 추구를 위해 접근하게 될 경우 국민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공공 의료플랫폼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또 조제약 의약품만 취급하는 약 배달 전문 약국 등이 남발될 경우 마약류 의약품의 오·남용도 나타날 수 있어, 관련 규정 등의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9. 해외는 어떻게 하나

이미 해외에선 활발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비대면 진료 자체를 금지한 국가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미국은 1997년 ‘균형재정법’을 개정해 의료 전문가가 부족한 농촌 지역의 원격진료 행위에 대해 보험급여를 제공하는 토대를 마련한 뒤, 현재 다양한 방식의 원격진료를 인정하고 있다. 2020년엔 원격의료 일시 확대 정책을 시행하고, 공보험인 메디케어·메디케이드에 대해 내년 12월 31일까지 원격의료 수가를 한시 적용하기로 했다. 일본은 비대면 진료를 1997년 법제화하고, 이후 3차례 개정을 통해 원격진료 허용 범위를 확대했다. 2015년 원격진료를 전면 허용했고 2018년에는 원격진료에 건강보험도 적용했다. 코로나19를 거치며 지난해 진료수가 개정을 통해 ‘온라인 초진’ 수가를 책정했다. 프랑스는 2009년 원격진료와 관련한 법적 규정을 마련했고 2018년 합법화했다.

10. 앞으로 어떻게 진행되나

시범사업은 시범사업일 뿐이다. 비대면 진료가 제도화하기 위해선 결국 시범사업을 토대로 한 의료법 개정이 필요하다. 비대면 진료, 즉 원격의료는 과거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도 추진됐지만, 매번 ‘의료영리화’ 프레임으로 통과하지 못했다. 현 정부도 국정과제 중 하나로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추진 중이고, 국회에도 5개 법안이 발의돼 있다. 정부의 제도화 추진은 국회에서 의료법이 개정돼야만 가능하다. 문제는 아직 의료계와 산업계의 입장 차가 여전하다는 점. 쟁점은 비대면 진료의 초진, 재진 등 허용범위와 만성질환자, 경증 질환자 등 진료 대상이다. 이러한 양측의 이견이 합일되지 않는다면 과거와 같이 시범사업 형태로 진행되다가 흐지부지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코로나19를 통해 비대면 진료를 경험해본 국민이 많아졌고, 해외에서도 활성화하고 있는 만큼 제도화는 시간문제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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