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색·녹색 구분 못하는 중도 ‘색각 이상자’ 경찰 되는 길 열렸다

17년만에 ‘채용 기준 완화’

적색, 녹색 등의 색깔을 명확하게 구분하지 못하는 중도 ‘색각(色覺) 이상자’도 경찰 공무원이 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경찰이 17년 만에 색각 이상자에 대한 채용제한 기준을 완화하는 작업에 착수하면서다. 색각 이상은 성인 남성의 약 5.9%인 150만여 명이 겪을 만큼 흔한 증상이고, 군과 소방 등은 이미 색각 이상자에 대한 채용 허들을 완화했다는 점 때문에 그간 경찰은 차별 정책을 고집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경찰청은 최근 ‘경찰 공무원 색각 이상자 채용제한 개선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고 23일 밝혔다. 경찰청 관계자는 “중도 이상 색각 이상자의 현장 경찰 직무 수행 가능성을 검증하고, 이를 바탕으로 경찰 공무원의 색각 이상자 채용기준과 검사방식을 합리적으로 재설정하겠다”고 설명했다. 현행 경찰 공무원 채용시험 신체검사 기준은 ‘(경찰 공무원은) 약도 색약을 제외한 색각 이상이 아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색각 이상자는 특정 색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다른 색과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색맹·색약으로 나뉜다. 전문의 진단을 통해 약도·중도·강도로 나뉘는데, 강도가 심한 적색맹은 짙은 빨간색을 검은색이나 회색으로 인지한다고 한다.

경찰은 본래 모든 색각 이상자에 대한 채용을 제한해 왔으나, 2005년 국가인권위원회 권고를 계기로 2006년 약도 색약은 채용할 수 있도록 채용기준을 완화한 바 있다. 그 이후로도 인권위는 2020년까지 4차례에 걸쳐 “색각 이상만을 근거로 경찰 공무원 채용을 제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권고했다. 하지만 경찰청은 이를 모두 불수용, 기존의 채용 기준을 17년이 넘도록 유지해왔다. 이미 군·소방은 색각 이상자들의 채용제한을 꾸준히 완화해왔다. 색각 이상자 채용을 엄격히 제한했던 공군은 지난해 3월 직종·전문 특기 분야 27개 가운데 색약자가 지원할 수 있는 병과를 4개에서 21개로 확대했다. 소방청도 2005년 녹색약, 2016년 경미한 적색약자를 선발할 수 있도록 규정을 꾸준히 완화했다.

권승현 기자 ktop@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