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갈등·문해력 저하… 쉬운 우리말 쓰면 해결”

  • 문화일보
  • 입력 2023-05-24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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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취임 석 달을 맞은 김덕호 국어문화원연합회장은 “많은 사회적 문제들이 ‘언어’에서 비롯된다”면서 “모두가 통하는 ‘쉬운 우리말’에 해결 실마리가 있다”고 말했다. 국어문화원연합회 제공



■‘바르고 쉬운 우리말 쓰기’ 김덕호 국어문화원연합회장

“끼리끼리 줄임말·비속어 난무
국민 일상까지 깊이 파고들어

말에는 혼과 문화가 담겨 있어
언어순화, 문화적 자존감 높여”


“세대 갈등, 문해력 저하 등 사회 문제들도 ‘언어’로 풀 수 있습니다. 바르고 쉬운 우리말을 쓰면 해결됩니다.”

지난 2월 국어문화원연합회장으로 취임한 김덕호(62) 경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최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국어’의 중요성을 이렇게 강조했다. 연합회 회장이 된 후 대구와 서울을 오가고 있는 김 교수는 “소통 회복이 시대의 당면 과제이고, 그것이 ‘언어’에서 시작한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닫는 시간이었다”고 지난 석 달간의 소회를 밝혔다.

어려운 외국어와 외래어, ‘끼리끼리’의 줄임말과 비속어가 난무한다. 이는 공공 정책 분야는 물론이고, 언론과 기업, 학교, 그리고 국민의 일상까지 깊이 파고들었다. 말이 오염되고, 문화는 어지러운 시대. 김 교수는 “구원 투수의 심정으로 회장직을 수락했다”고 했다. “말에는 혼과 문화가 담겨 있습니다. 우리 말을 지키는 일이 곧 문화적 자존감을 높이는 일임을 알아야 합니다.”

김 교수는 “인생의 3분의 2를 온전히 ‘국어’와 함께 보냈다”고 했다. 그는 대학 시절부터 한글 쓰기 운동에 앞장섰고, 졸업 후엔 국어교사와 문화체육관광부 국어전문 학예직 공무원 생활도 했다. ‘말’과 관련한 다양한 경험을 통해 “국어교육은 문화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걸 깨쳤고, 대학교수로 부임한 후 ‘국어문화론’이라는 과목을 개설했다.

바르고 고운 말, 그리고 모두에게 통하는 쉬운 말을 써야 한다는 것엔 동의하지만, 외국어나 외래어를 순화하는 작업엔 피로감을 느끼는 이들도 많다. 습관을 바꾸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교수는 조금 더디고 불편하더라도 연합회의 주요 사업인 ‘쉬운 우리말 쓰기’와 같은 공공 운동이 계속되어야 한다면서 “이것은 세계적인 추세”라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영국의 ‘쉬운 영어(플레인 잉글리시)’ 쓰기 운동, 일본의 ‘쉬운 일본어(야사시이 니혼고) 쓰기’ 운동이다. 그는 “어려운 표현으로 공문서 작성 등을 못하거나 자연재해에 대처하지 못하는 일을 막는다”고 부연했다. 즉, 쉬운 우리말 쓰기는 국민 복지 증진을 위한 당위성을 띠고 있다는 것이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정부기관이 공공언어만 잘 사용해도 3375억 원의 비용 절감 효과가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김 교수는 최근 가장 잘 바뀐 ‘순화어’로 ‘드라이브 스루 진료’가 ‘승차 검진’으로, 비말은 침방울, 언택트는 비대면 등으로 순화돼 널리 알려진 사례를 꼽았다. 김 교수는 “코로나19라는 상황에서 공공언어 순화의 필요성을 절감했다”면서도 자발성에만 기댄 언어문화 개선의 한계를 안타까워했다. “언어는 문화니까 강제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지속적인 언론의 동참과 공공기관의 책임감 있는 사용이 필요합니다. 그게 국민을 위하는 일입니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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