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때 잃은 체험·감각·관계… 미래는 ‘아날로그’에 있다[북리뷰]

  • 문화일보
  • 입력 2023-05-26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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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이 할 수 없는 것들
데이비드 색스 지음│문희경 옮김│어크로스


디지털 시대, 역설적으로 아날로그의 가치를 선명하게 증명해 큰 반향을 일으킨 ‘아날로그의 반격’의 저자가 5년 만에 내놓은 신간이다. 책의 원제는 ‘The Future Is Analog’, ‘반격’에서 한 걸음 나아가 ‘아날로그가 미래’라고 한다. 저자는 확신한다.

지난 20∼30년간 ‘미래는 디지털’이라는 전망은 진리였다. 기술이 발전해 우리 삶이 바뀌고 개선될 거라는 사실을 누구도 의심치 않았다. 기술이 발달해 편하게 놀고먹고 일할 거라는 낙관론과 숱한 SF영화 같은 디스토피아적 공포가 엇갈리긴 했지만 그 어느 쪽이든 ‘미래는 디지털’이었다.

그런데 이 확고한 ‘명제’를 뒤엎고 저자가 ‘미래는 아날로그’라고 주장하는 근거는 코로나 팬데믹이다. 팬데믹 동안 사회적 거리 두기로 삶의 모든 부분에 디지털 온라인이 들어오면서 인류 전체가 강제로 ‘디지털 미래’ 테스트를 했다는 것이다. 실습의 결과는? 그의 답은 이렇다. “참 별로였다.”

이 책은 회사, 학교, 쇼핑, 도시생활, 문화생활, 대화, 휴식 등 일곱 분야에 걸쳐 ‘디지털 미래’가 왜, 어떻게, 얼마나 별로였는지에 대해 상세히 설명한다. 이를 위해 저자는 관계자 200명을 인터뷰해 그 내용을 자세히 담았다.

재택으로 팬데믹 시대 변화의 상징이었던 회사 편을 보자. 회사는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금요일 오후에 도망쳐 영영 돌아오고 싶지 않은 곳이었다. 이런 회사에서 벗어나 꿈에 그리던 홈오피스가 열렸으니 즐거웠을 법한데, 현실은 달랐다. 원격근무 몇 주 만에 줌피로가 밀려왔고, 일과 가정이 분리되지 않아 피곤했다. 디지털이 업무 효율을 높일 거라 기대했지만 그렇지 못했다.

하지만 저자는 재택 문제를 단순히 ‘효율성’을 기준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이로 인해 사라진 회사라는 아날로그 공간이 우리에게 무엇이었는지를 생각한다. 회사는 그저 일하는 곳이 아니었다. 일과 개인 생활을 분리해주는 곳이었고 대화하고, 인간관계를 만들어 주는 곳이었다. 여기엔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체험, 경험, 감각, 감정, 관계가 있다. 이 평가의 지점들은 책이 다룬 다른 여섯 부분에 고스란히 적용된다. 우리에겐 기계와 디지털이 제공하는 효율성과 생산성, 속도가 아니라 눈을 맞추고 이야기하고 보듬고 위로하는 관계가 필요하고, 그래야 좋은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저자가 아날로그만을 고수하는 것은 아니다. 디지털 이전으로 돌아가자는 이야기는 더더욱 아니다. 팬데믹을 통과하며 힘들게 얻은 교훈을 새기며 우리가 원하는 미래를 만들어 나가자고 한다. 그는 매우 유연한 입장을 취한다. 디지털 기술을 이용하지만 디지털이 기본 설정이 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인간적인 욕구를 디지털 기술의 창조자와 투자자보다 먼저 챙기고 싶다면 아날로그를 앞에 두어야 한다. 아날로그를 위한 공간을 마련하고 적절한 시간과 자원을 투자해 현실적이고 인간적인 경험이 중요한 삶의 영역에서 아날로그의 성공을 장려해야 한다.” 그래서 결국 ‘미래는 아날로그다’. 400쪽, 1만8800원.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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