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우 교수의 맛의 말, 말의 맛]송화 다식

기사 정보
문화일보
입력 2023-05-26 11:35
기자 정보
기사 도구
프린트
댓글 0
폰트
공유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소나무도 꽃을 피운다. 그것도 고운 보라색과 노란색의 꽃을. 솔방울은 소나무의 열매이고 그 안에 씨를 감추고 있으니 소나무가 꽃을 피우는 것은 분명한데 우리가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 모를 뿐이다. 5월의 앞산에 바람이 불 때 노란 가루가 흩날리는 것을 보았다면, 비가 그친 뒤 고인 물이 마를 때 가장자리에 노란 가루가 뭉쳐 있는 것을 보았다면 그것이 바로 소나무의 꽃가루이니 소나무 꽃은 분명히 있다.

소나무 꽃은 몰라도 송홧가루나 그것으로 만든 음식을 접한 이들은 있을 것이다. 송홧가루로 만든 대표적인 음식이 ‘다식(茶食)’인데 말 그대로 풀자면 차를 마실 때 곁들여 먹는 음식이다. 송화다식은 송홧가루를 모아 꿀이나 조청으로 반죽을 한 뒤 나무로 제작한 다식틀로 찍어내 만든다. 특유의 향을 머금은 노란 가루가 꿀로 반죽이 돼 있으니 독특한 풍미를 느낄 수 있다. 다식틀의 문양이나 글자가 다식에 박히니 그것을 관찰하며 먹는 재미도 있다.

우리 산에서 참나무 다음으로 흔한 것이 소나무이니 소나무는 우리의 음식에 꽤나 많이 활용된다. 추석 때 먹는 송편을 찔 때도 솔잎을 깔아야 향이 제대로 산다. 과거에 배고플 때 간식 대용으로 먹기도 했던 소나무 순 또한 약재로도 쓰이고 송이버섯은 소나무 아래에서 자라니 우리 음식에서 소나무의 비중을 가늠해 볼 수 있다.

그런데 송화다식은 우리의 먹거리에서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다. 소나무 재선충이 창궐하자 이를 막기 위한 농약이 문제이다. 이 농약으로 벌레로부터 나무를 지켜낼 수 있게 되었으나 나무에 주입된 농약이 줄기와 잎은 물론 꽃에도 퍼져 나가니 문제이다. 벌레가 좋아하는 먹거리는 사람의 입맛에도 맞기 마련인데 벌레가 못 먹게 하다 보니 사람도 못 먹는 안타까운 상황이 초래된 것이다. 그래도 밤, 콩, 참깨 등의 가루로 만든 다식은 여전히 있으니 더 멀어지기 전에 맛을 기억해 두는 것도 좋겠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주요뉴스
기사 댓글

AD
AD
count
AD
AD

ADVERTISEMENT

서비스 준비중 입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