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나비떼 군무 펼치는 예수님 ‘십자가 꽃’ 산딸나무[정충신의 꽃·나무 카페]

  • 문화일보
  • 입력 2023-05-28 07:06
  • 업데이트 2023-05-29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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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오월 산딸나무 꽃이 수많은 하얀 나비가 내려앉은 듯 곱게 피어 있다. 실제 하얀 것은 꽃이 아니며 벌과 나비를 유인하기 위해 포엽이 꽃처럼 것이며, 가운데 작은 연두색이 실제 꽃이다. 5월24일 독립문공원



지난해 국민이 가장 궁금해 한 꽃…꽃이름 ‘모야모’ 질문 1위
가을 열매가 산딸기처럼 빨갛게 익어 산딸나무
토종 산딸나무는 꽃 색깔 등 미국 꽃산딸나무는 다른 종류
흰색 포엽 십자가 형태…예수님 십자가 꽃산딸나무 얘기도

■정충신의 꽃·나무 카페


<산다는 것이/어디 맘만 같으랴//바람에 흩어졌던 그리움/산딸나무 꽃처럼/하얗게 내려앉았는데//오월 익어가는 어디쯤/너와 함께 했던 날들/책갈피에 접혀져 있겠지//만나도 할 말이야 없겠지만/바라만 보아도 좋을 것 같은/네 이름 석자/햇살처럼 눈부신 날이다.>



목필균 시인의 시 ‘5월 어느 날’이다. 계절의 여왕 오월은 형형색색 장미와 더불어 무수히 많은 작은 별들이 천상의 군집을 이루는 듯하거나, 무수한 하얀 나비떼가 군무를 펼치는 듯한 ‘십자가 모양’의 독특한 산딸나무 꽃에 눈길이 많이 가게 된다.

지난 한해 우리 국민이 가장 많이 궁금해한 꽃이 다름아닌 산딸나무 꽃이다. 꽃이름 궁금증을 풀어주는 앱 ‘모야모’에 지난해 11월말까지 1년간 꽃 이름 질문이 가장 많은 순서를 알려 달라고 했더니 산딸나무가 그 전해 큰금계국을 젖히고 1위를 차지했다.

산딸나무가 1위에 오른 것은 큰금계국과 마찬가지로 가로수 조경용 등으로 많이 심은데다 십자가 모양의 독특한 꽃 형상과 가을에 화려하게 붉게 물들어 아름다운 단풍의 가을 정취를 제공해주는 등 눈길을 많이 끌기 때문이다. 원래 산속에 자라는 귀한 나무였으나 꽃과 열매, 단풍이 예뻐서 공원이나 화단 등 곳곳에 심어 눈에 자주 띈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산딸나무는 나무가지가 층을 이루는 듯이 뻗는 층층나무 과에 속한다. 5월 24일 독립문공원



산딸나무는 층층나무과의 낙엽활엽교목으로 층층나무처럼 가지가 넓게 층을 이루며 물기가 많은 산속에서 잘 자란다. 5∼6월에 꽃이 핀다. 꽃은 네 장의 꽃잎이 마주 보며 붙어 있는데, 가지 끝에 수백 개씩 무리 지어 핀다.

산딸나무 순백의 꽃은 실제 꽃이 아니라 산수유처럼 잎이 꽃처럼 변한 포엽이다. 한가운데 동글동글 맺힌 작은 연두색 덩이가 진짜 꽃이다. 눈을 홀리는 하얀 꽃잎은 곤충을 유혹하는 포엽이 꽃처럼 위장한 것이다. 산딸나무가 꽃을 피우는 시기에 차츰 숲이 우거지는 때다. 꽃이 너무 작아 곤충을 불러들일 수 없기에 작은 꽃들은 둥근 공처럼 뭉치게 한 대신 포(苞)를 큰 꽃잎처럼 변화시킨 포엽(苞葉)으로 곤충을 유인하는 위장술을 택한 지혜로운 생존 전략이 담겨 있다.

산딸나무는 새하얀 꽃잎 4장이 모여 피는 듯한 모습이 나비의 군무를 보는 듯 아름답고 인상적이다. 가을에 산딸기를 닮은 붉은 열매도 열린다. 산딸나무 이름은 이 열매에서 나온 것이다.가을이면 동그란 열매가 산딸기처럼 빨갛게 익기 때문에 그제서야 왜 산딸나무인지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큼지막하게 달리는 산딸나무 열매는 산속 동물들의 훌륭한 먹이가 된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산딸나무 열매.가을이면 빨간 산딸기 닮은 열매가 열려 산딸나무라는 이름을 더게 됐다. 문화일보 자료사진



산딸나무는 딸나무, 산달나무, 산딸이라는 다른 이름도 갖고 있다. 중국에서는 이 나무를 사조화(四照花)라 부른다. 흰색의 꽃이 사방을 다 비추는 듯하다는 의미다.

특이하게도 산딸나무 꽃을 감싼 가짜 꽃 흰색 포엽은 십자가 형태다. 그래서 ‘십자가 꽃’이라 불리기도 한다. 기독교계에서는 산딸나무를 두고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박혔을 때 그 십자가로 만들어진 나무라 하여 성스러운 나무로 여긴다.“가운데 진짜 꽃은 가시관 형상을 띠고, 포엽은 십자가 모양을 하되 그 끝에는 못이 박힌 자국을 가지고 핏자국을 지니게 됐다’는 십자가 나무 이야기가 전해내려온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순백의 산딸나무 꽃. 5월 24일 서울 안산



토종 산딸나무꽃은 여러 가지 색이 섞이지 않아 청순하고 담백한 순백의 꽃이다.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산딸나무와 ‘꽃산딸나무’는 다른 점이 많다.‘미국산딸나무’인 꽃산딸나무는 잎보다 꽃이 먼저 피는 나무이고 포의 모양과 열매가 다르다. 포엽 꽃 색깔도 붉은 계통의 색깔이 아름답다. 미국산딸나무 원산지 미국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미국 자생종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나무라고 해서 미국의 공공시설은 물론 웬만한 가정의 정원에 많이 심는 꽃나무다.

산딸나무 학명은 Cornus Kousa Buerg. ‘쿠사(Kousa)’는 ‘도그우드(dogwood)’를 뜻하는 일본어 단어로,일본의 ‘풀’이라는 뜻의 ‘쿠사’를 그대로 영문자로 바꾼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딸나무를 유럽에서는 ‘일본 딸기나무(Japanese strawberry tree)로 부르기도 한다. 산딸나무의 꽃말은 ‘희생’이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작은별들이 총총히 내려앉은 듯한 산딸나무 꽃. 5월24일 독립문 공원.



산딸나무 열매는 소화기능 개선 효과가 있다. 복무 팽만감과 소화불량에 효과가 좋고 소화가 잘 안되거나 가스가 많이 찬다는 느낌이 들 때 산딸나무 열매를 먹으면 편안해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설사가 나고 위궤양 및 위염이 있는 사람이 산딸나무 열매를 꾸준히 먹으면 증상이 개선된다고 한다.본초도감에 산딸나무 열매는 설사를 멈추게 하고, 지혈작용이 있어 외상출혈과 골절상, 이질에도 활용되고, 맛은 떫다고 기록돼 있다. 잎과 꽃은 지혈에 효과가 있어 환부에 붙여주면 피를 멈추게 한다고 한다.

꽃·사진=정충신 선임기자
정충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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