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의 악기’ 클래식 공연장 비교해보니…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2505석… 어떤 대곡도 거뜬
독주보다 오케스트라에 최적
롯데콘서트홀
녹음 때 음향효과 필요없는 곳
파이프 오르간 설치 첫 전용홀
통영국제음악당
음향으론 단점 찾을 수 없어
관현악부터 독주회까지 만족
LG 아트센터
뮤지컬·콘서트 등 다목적 홀
스피커 확성음도 흡음 잘 돼
부천아트센터
천장 이중 반사판으로 조절
소리울림·소음차단 다 압권
클래식 음악은 유독 공연장을 ‘탄다’. 같은 공연장이라도 다른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면 소리가 다르듯, 같은 오케스트라라도 다른 공연장에서 연주하면 소리가 다르게 들린다. 악기가 직접 내는 소리와 공연장의 울림이 결합해 최적의 클래식 음향을 만들기 때문이다. 1차 반사음이 소리의 색을 결정하고, 공연장의 규모와 잔향 길이 등에 따라 소리의 울림이 결정된다. 소리가 명료하면서도 풍부하게 느껴지도록 이끄는 클래식홀은 ‘제2의 악기’다.
이 때문에 클래식 음악을 듣는 사람이라면, 누가 연주하는지 만큼, 어디서 연주하는지를 따진다. 서울 안에 있는 대표적 클래식 공연장인 예술의전당과 롯데콘서트홀뿐 아니라 통영국제음악당, 아트센터인천, 대구콘서트하우스 등 지방에도 수준급 클래식홀이 속속 들어선 가운데 최근 LG아트센터와 부천아트센터가 문을 열며, 선택지가 한층 넓어졌다. 바야흐로 ‘클래식홀 춘추전국시대’에 각 공연장 비교는 당연지사다.
국내 최초의 클래식 전용 공연장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은 ‘전통의 강자’다. 1988년 문을 연 이래 여전히 클래식 공연장의 대명사로 여겨진다. 2505석의 압도적 규모가 다른 공연장에 비해 두드러진다. 세계적인 톤마이스터 최진 감독은 “예술의전당은 어떤 대곡도 거뜬히 받아낸다”고 말했다. 악기 편성 규모가 큰 말러 교향곡도 끄떡없다는 얘기다. 크게 모나지 않은 안정적인 음향을 들려준다는 평가를 받지만 규모가 크고, 공연장이 부채꼴 모양으로 퍼져 있어 음압이 상대적으로 낮다. 소리가 퍼질 수 있어 독주회보단 오케스트라 공연이 보다 만족감을 줄 수 있다는 얘기다.
2016년 개관한 롯데콘서트홀은 ‘포도밭’ 형태와 유사한 빈야드(Vineyard) 스타일의 홀이다. 무대와 객석 간 거리가 가깝고, 음향이 동심원으로 퍼져 나가는 특성을 가지는 빈야드홀은 베를린 필하모닉 콘서트홀이 시도한 이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롯데콘서트홀은 잔향이 상대적으로 길어 풍부한 울림이 양날의 칼로 작용한다. 최 감독은 “블렌딩이 잘돼 녹음할 때 별도의 음향 효과를 더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국내 최초로 파이프오르간이 설치된 클래식 전용 홀이란 점도 특기할 만하다.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은 클래식 팬이라면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성지’다. 슈박스(ShoeBox)형 공연장으로 ‘신발상자’란 말처럼 직사각형 형태를 띤다. 곡선 형태의 빈야드홀보다 반사음이 풍부해 비교적 쉽고 안정적으로 양질의 음향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통영국제음악제가 국내 최고의 음악제로 발돋움한 배경엔 통영홀 음향에 대한 높은 만족도도 자리한다. 최 감독은 “규모가 다소 작다는 점 말고는 음향 면에서 단점을 찾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적당한 울림과 명료함을 함께 갖춰 특히 실내악, 독주회에서 국내 최고 수준의 소리를 구현해낸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일본의 유명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해 화제를 모은 LG아트센터의 시그니처홀은 클래식 음악뿐 아니라 뮤지컬과 콘서트까지 가능한 다목적홀을 표방한다. 이에 따라 다른 클래식 전용 홀과 달리 잔향이 다소 짧아 소리의 울림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최 감독은 “스피커를 통해 확성할 수 있도록 설계돼 울림보단 흡음이 잘 가동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잔향이 짧다면 클래식 음악의 경우 소리가 평평하게 들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19일 문을 연 부천아트센터 콘서트홀은 이중 반사판을 기반으로 한 ‘맞춤형’ 음향이 최대 강점이다. 천장에 대형 반사판과 수많은 보조 반사판이 위아래로 오르내려 소리의 울림과 명료성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500석 안팎의 규모로 고음악이나 실내악에 특히 탁월할 수 있다. 형태는 슈박스형을 기본으로 벽면에 굴곡을 줘 무대 집중도를 높인 빈야드의 장점을 결합한 절충형이다. 최 감독은 “부천홀은 한국 클래식 공연장이 나아갈 방향 하나를 제시해줬다고 봐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다양한 클래식 공연장이 생길수록 관객은 즐거워진다. 허명현 음악평론가는 “수도권에 1500석부터 2500석까지 다양한 규모의 콘서트홀이 있어 모든 범위의 음악을 가까이에서 들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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