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조선사·건설사… ‘공동 파업’ 공포감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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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란봉투법 강행에 산업계 비상

정유업계, 화물연대와 교섭 우려
조선업계 “협력업체만 1000곳
노조 교섭요구땐 어떡해야하나”

전기·골조 등 공동 파업 가능성
건설현장 중단땐 입주민만 피해

야당이 지난 24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일명 노란봉투법)을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하면서 산업계에 파업 리스크에 대한 공포가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한 달의 숙의 기간이 지난 6월 말이면 노란봉투법은 국회 문턱을 넘을 가능성이 크다. 정유사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와 교섭하는 상황을 우려하고, 건설사들은 현장에서 협력사 노조들이 공동 파업을 벌일 위험이 커졌다며 깊은 고민에 빠졌다.

30일 경영계에 따르면, 노란봉투법 직회부 이후 주요 기간산업을 점검해본 결과 산업현장은 초비상 상황이다. 노조법 개정안이 사용자 범위를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로 넓혀놨기 때문이다. 자동차, 조선, 건설 등 업종에서는 법안이 이대로 통과되면 수십∼수천 개 협력사와 단체교섭을 해야 할 판이라고 한숨짓고 있다.

정유업계 A 대기업 관계자는 “운송을 외부 물류업체에 맡기고 있는데,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화물연대가 우리 회사를 대상으로 단체교섭을 요구할 것”이라며 “물류업체와 도급 계약을 맺은 운송기사 현황조차 파악하기 힘든 실정인데, 어떻게 대응할지 막막하다”고 털어놨다.

전기, 배관, 골조 등 각 분야의 협력업체 수백 개가 모여 공사를 진행해야 하는 건설업계도 걱정이 크다. B 건설사 관계자는 “노조법이 이대로 개정되면 협력업체 노조가 원청 건설사에 교섭을 요구한 뒤 현장에서 공동 파업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건설 중단으로 인한 피해는 입주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동차업계 C 대기업 관계자는 “하청업체가 5000여 개인데, 이들 노조가 줄줄이 교섭을 요구해오면 어떻게 하느냐”며 “교섭 대표노조는 누가 되는지 등이 모두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조선업계 D 사는 최대 1000여 개의 협력업체 노조가 교섭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배상의무자별로 손해배상책임 범위를 개별적으로 정하게 한 조항도 산업계 우려를 키우고 있다. 사용자가 배상의무자별로 귀책사유와 손해 기여도를 구체적으로 입증하지 못하면 법원은 청구를 기각할 게 뻔하다는 판단에서다. 노조에 손해배상 책임을 묻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철강업계 E 사 관계자는 “수년 전 노조원 수백 명이 회사 건물을 불법 점거할 때 명찰을 떼고 복면 마스크와 모자를 착용해 신원을 확인하기 어려웠다”며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는 없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