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에세이]위대한 자연의 복원력

  • 문화일보
  • 입력 2023-05-30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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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권치규, 복원력(Resilience-flow), 지름 50㎝, 스테인리스스틸, 2023년.



이재언 미술평론가

인적이 없는 한적한 등산로를 걷다 보면 어디선가 바람을 타고 코끝을 자극하는 방향(芳香)에 취해 행복감을 느낀다. 고즈넉이 산행을 즐기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호젓한 분위기에 오싹해지기도 한다. 이럴 때 낯선 자연은 감동이 반, 무서움이 반이다. 사람의 감정 따위엔 아랑곳없이 자연은 그저 자기 트랙대로 움직일 뿐이지만 말이다.

가벼운 찰과상처럼 잊고 일상에 복귀하면, 또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낯선 풍경들이 아른거린다. 작가 권치규가 작품을 통해 노래했던 것이 생각난다. 생명의 무한한 순환이 자연의 본질이건만, 사람의 본질은 깨달음과 망각의 순환일까. 그 위대한 복원력을 인간만이 흩뜨릴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종종 잊고 산다.

일렁거리는 물결을 보아하니 바람이 버드나무에 수작을 걸듯 스치고 간다. 하얀 등을 드러내며 춤바람이 난 나뭇잎의 모습이 사랑스럽지 않은가. 유구한 자연의 섭리 속에서 생명은 그렇게 도도하게 또 흐르고 흐른다. 작가가 역설하는 바는 명확하다. 자연의 복원력(resilience), 그것은 결국 우리의 명제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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