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결혼하라는 부모님, 커밍아웃 해야 할까요[마음상담소]

  • 문화일보
  • 입력 2023-05-31 09:06
  • 업데이트 2023-05-31 09:10
프린트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 마음상담소

▶▶ 독자 고민

제가 막내라서 부모님 연세가 많으신 편입니다. 부모님은 제가 동성애자인 것을 모르는 상태이기 때문에, 밤낮 전화해서 결혼 이야기만 하십니다. 결혼하지 않겠다고 말씀을 드렸으나, 남들이 선호하는 직업에다 어머니의 발이 넓어서인지 주변에서 소개해준다는 이야기도 많이 듣는 편입니다.

부모님 손에 이끌려 소개를 받기도 했으나 당연히 지속적인 관계로 이어지기 어려웠고요. 누구보다 사랑하는 부모님께 저의 지향성을 인정받고 싶고, 또 더 이상 기대를 받는 것이 괴로울 것 같아서 커밍아웃을 해야 하나 고민이 됩니다.

동성애 밝혔을 때 부모와 관계 악화 감내할지 생각해봐야

▶▶ 솔루션

비혼과 동성애를 분리해서, 내 비밀을 알렸을 때 이득과 손해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동성애라는 지향성, 성소수자라는 정체성, 다들 사이비라고 하는 소수 종교, 독특한 상황에서의 연애, 남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질병, 사업상 어쩔 수 없이 생긴 빚…. 나와 같은 처지인 사람들에게는 유대감을 가질 수 있는 요소이지만 부모에게 털어놓기 어려운 비밀이 참으로 많습니다. 성인으로서 부모와의 관계에서 모든 것을 털어놓아야만 부모와 자식의 관계가 이상적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어디까지 말해야 할지 결정이 어렵겠지만 꼭 부모의 인정을 받아야만 현재의 내 자존감이 높아진다거나, 삶이 의미가 있다는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

부모가 결혼을 기대하는 것이 안타까워서 내 지향성을 밝히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내 마음이 편하고 싶은 것인지 한 번 돌아볼 필요는 있습니다. 이성애자여도 비혼주의자이거나 마땅한 상대를 찾지 못해서 결혼을 안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당연히 나이가 차면 결혼해야 한다고 믿었던 부모 세대의 경우 결혼을 선택이라고 생각하는 지금 세대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렇다고 부모의 바람 때문에 억지로 결혼할 필요는 없습니다. 서로를 오랫동안 사랑해서 결정해도 실제로 맞닥뜨리면 힘든 것이 결혼 생활이기 때문입니다.

즉 결혼을 원하지 않는다는 점에 대해 부모를 설득하는 문제와 내 지향성을 밝혀서 인정받는 것을 약간 별도의 문제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동성애를 밝히더라도 결혼에 대한 종용을 멈추지 않는 경우도 있으므로 이런 가능성까지 염두에 둬야 합니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동성애를 밝혔을 때 부모와의 관계에서 과연 어떤 이득이 있는가, 만약 부모와의 관계가 악화되는 것을 감수할 만큼, 내가 얻는 이득이 확실한가를 생각해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비밀을 공개하는 기준에 있어 감정에 휩쓸리면 안 됩니다. 중요한 것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에게는 털어놓고,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에는 굳이 말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주원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홍보이사·전문의
주요뉴스
기사댓글
AD
count
AD
AD
AD
AD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