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3대 개혁 컨트롤타워 필요하다

  • 문화일보
  • 입력 2023-06-01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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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근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尹 연금·노동·교육개혁 제각각
복지부 고용부 교육부가 추진
변죽만 울리고 국민 피로 누적

개혁 방향 자명하고 서로 연계
통합 로드맵으로 효율 높이고
국민에게 모든 정보 공개해야


연금·노동·교육 이 3대 개혁은 윤석열 정부가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국정 과제다. 국민 지지율이 떨어지더라도 미래세대를 위해 이 개혁을 반드시 이뤄야 한다는 게 현 정부의 인식이다. 세 가지 개혁 하나하나가 대규모 과제일 뿐 아니라, 기존 이권 카르텔이나 기득권을 타파해야 하므로 추진하기 만만찮다. 또한, 여소야대 국회에서 정부가 필요로 하는 입법이 쉽지 않아 개혁 동력 상실이 우려되기도 한다.

3대 개혁 과제는 해당 정부 부처가 개별적으로, 그리고 독립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노동개혁은 고용노동부, 교육개혁은 교육부가 주관하고 있으며, 연금개혁은 보건복지부가 진행하는 식이다. 개혁 과제들이 마치 각론처럼 추진되다 보니, 연일 변죽만 울리면서 국민 피로도만 높이고 실제 개혁은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

고용부가 추진한 근로시간제 개편안은 노동시간 유연화라는 기존 취지와 달리 주 69시간제 논란을 빚으며 처음부터 삐걱거렸다. 노동시장의 불법 관행을 바로잡는다는 노사 법치주의는 건설노조 간부의 분신자살 등 노동계의 강한 저항에 직면했다. 교육부가 추진하는 교육개혁은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 구조조정과, 디지털·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맞춤형 교육에 방점이 있지만, 국민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복지부의 연금개혁은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큰 진전을 보지 못한 채 오는 10월까지 논의가 미뤄진 상태다.

3대 개혁 과제의 성공을 위해서는 연금·노동·교육 개혁을 연계하는 로드맵을 제시하고 이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를 만들어야 한다. 3가지 개혁 과제 가운데 가장 시급한 게 연금개혁이다.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저출산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어 조만간 노후 빈곤 문제가 가장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할 수밖에 없다. 연금개혁에 우선순위를 두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노동과 교육정책 로드맵을 제시해야만 3대 개혁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

2018년에 발표한 제4차 재정계산에서 국민연금은 2042년부터 적자로 전환되고, 2057년에는 기금이 소진되는 것으로 예상했었다. 하지만 올해 1월에 이뤄진 최근 분석에서 국민연금 기금 소진 시점이 2055년으로 2년이나 앞당겨졌다. 교육개혁을 통해 노동시장 진입 기회를 확대하고, 노동개혁을 통해 연금 가입자를 늘리는 등 3대 개혁 사이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국민을 설득해 나가야 한다. 3대 개혁 과제를 연계하는 로드맵을 기획하고, 실행하며 평가하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한 이유다.

연금개혁의 방향은 자명하다. 연금 가입자는 늘리고, 보험료는 올리며, 연금 수령 시기는 늦추는 것 외에 기금 고갈을 해결할 수 있는 마법은 없다. 예를 들어 연금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서는 국민연금의 법적 가입 기간을 상향 조정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정년 연장, 양질의 노인 일자리 확보와 같은 노동개혁이 필요하다. 고령 세대의 노동 참여가 경제성장률 하락을 완충하는 동시에 고령 인구 부양 부담을 감소시킬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안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고령층의 노동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교육과 훈련을 위해 대학의 인적·물적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도록 고등교육 체계를 손봐야 한다. 대학 교육의 장을 고령 인구로 확대하는 교육정책으로 연금과 노동개혁을 받쳐주자는 것이다.

정부가 적극 추진하는 노사 법치주의를 위한 노동개혁도 중요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해 디지털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개혁도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은 가장 시급한 연금개혁을 뒷받침하기 위한 방편으로 노동·교육 개혁을 추진해야만 국민 설득을 통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쉽다.

3대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보의 투명한 공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연금개혁에 성공한 국가는 하나같이 의사결정 과정을 국민에게 소상하게 알리며 추진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기금 고갈 시점을 정확히 알려 국민의 경각심을 일깨우고, 주요 결정이 이뤄진 과정을 보여주는 회의록을 공개해야 한다. 3대 개혁 과제의 성공은 이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로드맵을 만들고, 의사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알리며 국민을 설득하는 정부의 컨트롤타워 역량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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