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또 독립성 내세워 ‘감사원 감사 거부’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못 지킨 ‘공정’ 노태악(가운데)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지난달 31일 경기 과천 중앙선관위에서 고위직 간부 자녀 특혜채용과 관련한 긴급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가운데, 노 위원장 정면으로 ‘엄정중립 공정관리’라고 적힌 액자의 글귀가 보인다. 연합뉴스

■ 내일 대응책까지 논의키로

선관위 “직무감찰 대상 아냐”
‘소쿠리 투표’ 때와 같은 이유

與野, 국정조사에 이견 없어
노태악 위원장 사퇴압박 고조

고위 간부 자녀 특혜채용 논란에 휩싸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감사원 감사를 받지 않기로 했다. 선관위 오는 2일 관련 회의를 열고 감사원의 감사 착수 발표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여야는 선관위를 대상으로 한 국정조사 실무 협상에 돌입했고 큰 틀에서는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1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선관위는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이 아니다”라며 감사 거부 방침을 밝혔다. 선관위는 국가공무원법 17조에 규정된 ‘선관위 소속 공무원 인사 사무에 대한 감사는 선관위 사무총장이 실시한다’는 내용을 근거로 감사원 감사를 받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감사원 감사는 회계검사와 직무감찰로 나뉘는데, 감사원은 전날 선관위를 대상으로 직무감찰을 예고한 바 있다.

선관위는 오는 2일 회의를 열고 이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선관위는 감사원으로부터 회계검사는 정기적으로 받고 있으나, 독립성 침해 우려가 있어 직무감찰은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선관위는 지난해 대선 사전투표 당시 ‘소쿠리 투표’ 논란 때도 감사원 직무감찰을 거부한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선관위 특혜채용 의혹에 대해 검찰 수사, 감사원 감사에 이어 국정조사로 선관위를 전방위 압박하고 있다. 여야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오전 선관위 국정조사 실무 협상을 위해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 국민의힘은 전날 선관위가 발표한 쇄신안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며 더불어민주당에 국정조사를 제안했다. 송기헌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회동을 마친 뒤 “국정조사를 하기로 한 건 어제 이미 결정이 났다”며 “세부적인 논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향후 논의 과정에서 선관위 의혹을 둘러싼 여야 시각차 극복이 국정조사 관건이 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총선을 앞두고 여당이 선관위를 길들이기 하려는 시도라고 지적해왔다. 여야가 대상과 목적 등 국정조사와 관련한 세부 사항을 놓고 평행선을 달린다면 민주당이 ‘후쿠시마(福島) 오염처리수 청문회’를 협상 조건으로 내걸 수 있어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노태악 선관위원장을 향한 압박도 거세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전체적 상황을 보고 본인이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은 본인이 판단해야 할 문제”라며 “국정조사는 개인의 사퇴 여부와는 별개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제도적 조치가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김보름·김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