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부채한도 합의안, 공화당 다수인 하원 통과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법안 통과 자신한 매카시…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가운데) 미국 하원의장이 31일 취재진에 둘러싸인 채 정부 부채 상한 합의안 표결을 위해 하원 의사당을 걸어가고 있다. EPA 연합뉴스

한도 2년 상향·정부지출 삭감
찬성 314·반대 117표로 가결

민주당 다수 상원 통과도 무난
초유의 디폴트 위기 해소 전망

워싱턴 = 김남석 특파원 namdol@munhwa.com

미국 연방 하원이 31일 연방정부의 비국방 분야 재량지출을 삭감하는 대신 부채한도를 2025년 1월까지 적용 유예하는 내용을 담은 ‘2023 재무책임법’을 통과시켰다. 최대 고비로 여겨졌던 하원을 무사히 통과함에 따라 사상 초유의 국가 디폴트(채무상환 불이행) 사태를 피할 가능성이 커졌다.

미 하원은 이날 워싱턴DC 의사당에서 본회의를 열고 조 바이든 대통령과 케빈 매카시(공화) 하원의장이 합의한 2023 재무책임법을 표결에 부쳐 찬성 314표, 반대 117표로 통과시켰다. 하지만 공화당 강경파는 양보 없는 예산 삭감을 주장하며 매카시 의장 사퇴까지 주장했고, 민주당 일부 의원도 법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양당에서 나온 반대표는 공화당 71표, 민주당 46표에 달했다. 매카시 의장은 표결 직후 “오늘 밤 우리는 역사를 만들었다”며 “이것은 결코 끝이 아니다. 워싱턴(정부)의 통제 불능 지출 방식을 바꾸는 계기”라고 말했다. 최대 고비였던 하원을 통과한 법안은 상원으로 넘어갔으며 상원 표결, 바이든 대통령 서명을 통해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법안 통과 후 성명을 통해 “오늘 밤 하원은 사상 초유의 디폴트를 막고 어렵게 이룩한 역사적 경제회복을 지키기 위해 중요한 한 걸음을 내디뎠다”며 “이번 합의는 미국 국민과 미국 경제에 좋은 소식”이라고 환영했다.

2023 재무책임법은 디폴트를 피하기 위해 연방정부 부채한도를 대선 종료 이후인 2025년 1월 1일까지 유예하되 2024 회계연도 예산안에서 국방·보훈 분야를 제외한 재량지출을 2022 회계연도 수준으로 삭감하고, 이후에도 예산안 인상 폭을 최대 1%로 제한하는 내용 등을 담았다. 또 저소득층 복지프로그램의 의무근로조건 확대, 환경영향평가(NEPA) 절차 간소화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민주당이 51석(민주당 성향 무소속 포함)으로 다수당 지위를 차지하는 상원에서는 법안 통과 가능성이 크다. 다만 디폴트 예상시한인 6월 5일 이전에 법안을 신속 처리하기 위해서는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막기 위해 60표가 필요한 만큼 민주당 외에 공화당에서도 최소 10~20표의 찬성표가 나와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한편 연방정부 재정지출이 동결 내지 삭감되는 재무책임법에 미 경제계 일각에서는 경제성장 동력을 위축시켜 경기후퇴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