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가는 걸 걱정할 시간에 매일의 새로움을 만끽하길[정신과 의사의 서재]

  • 문화일보
  • 입력 2023-06-02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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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과 의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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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병원에서 15년 넘게 진료를 하니 환자와 같이 나이 들어가는 걸 실감한다. 혼자 오시던 분이 어느 날 지팡이를 짚다, 아들과 휠체어를 타고 왔다. 불면으로 가끔 오던 분이 80세가 넘어서 치매 진단을 받는다. 베이비붐 세대가 노년기로 접어들면서 나이 듦과 노쇠에 대한 걱정도 커지고 있다. 많은 책이 노쇠와 치매, 노년기의 가난과 외로움에 대해 다룬다. 어두운 미래에 대한 내용이라 책을 읽으면 더 불안해져 버린다.

이때 만난 책이 ‘나는 내 나이가 참 좋다’(티라미수)이다. 임상심리사이자 저자인 메리 파이퍼가 70대가 되어 45년 함께 산 남편과 지내며 직접 경험한 나이 듦에 대해 썼다. 저자가 만난 친구, 내담자, 주변인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우아하고 밝은 태도로 남은 시간을 소중하게 여긴다면 나이 드는 것을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다고 알려준다.

젊을 때는 내 앞에 놓인 시간이 무한해 보이지만 어느 나이부터는 그 끝이 보이고 죽음을 일상에서 경험한다. 그 결과 고독과 상실, 지난 시간에 대한 후회가 우선하는 사람이 많지만 그보다 내게 남은 시간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더 커졌다 여기며 오늘에 집중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노인에게 “언젠가” “나중에”란 말은 의미를 갖지 못한다. 오늘 지금이 한층 중요하며 사소한 행복을 느끼고 감사의 표현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저자는 일어나지 않은 미래의 일을 걱정하느니 매일 행복한 기억을 하나씩 만드는 게 낫다고 말한다.

인생을 돌아보면 고통스러운 일이 많이 보이지만, 행복도 함께 존재한다. 그 둘이 동시에 일어난다는 것을 수용하는 것이 인생이다. 행복만 추구하면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면 불행하다고 여기지만, 의미를 추구하면 부정적 상황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

나이 들면 배우자를 오랫동안 보살피거나, 혹은 내가 보살핌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때 내 삶과 타인의 삶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법, 한계를 설정하는 것, 죄책감에 빠지지 않는 법, 도움을 청할 줄 아는 법을 처음 배운다. 한편 영원할 줄 알았던 관계에 헤어짐과 상실이 이어진다. 깊은 슬픔은 끝나지 않지만 그럴수록 현재에 최선을 다하는 것, 즐거운 삶을 사는 것이 헤어진 이와의 추억을 기리는 최선의 방법이 된다.

저자는 이와 같이 노년기에 열린 마음으로 남은 시간의 소중함을 느끼며 현재에 충실하면 좋겠다고 제안한다. 불안한 마음이 가시며 내일을 만날 용기가 생긴다.

하지현 건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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