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훈 기자의 부동산 깊이보기]역전세 세입자 구제가 우선

  • 문화일보
  • 입력 2023-06-02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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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부동산 임대차 시장이 역전세 공포에 휩싸였습니다. 임차인이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하는 피해를 예방할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한국은행은 최근 경제전망 보고서인 ‘인디고북’을 통해 현재의 전세 시세가 기존 전세보증금보다 낮은 ‘역전세 위험가구’가 지난 1월 51만7000가구에서 4월엔 102만6000가구로 2배가 됐다고 지적했습니다. 4월 역전세 위험 가구의 비중은 전체의 52.4%에 달합니다. 부동산 정보업체 ‘호갱노노’에 따르면 최근 3개월 사이 서울에서 2년 전 평균 전세 가격보다 하락한 전세거래는 1만1326건에 달했습니다. 강동구(1187건), 송파구(1103건) 등에서 하락 거래가 많았습니다. 특히 한은에 따르면 전국 역전세 위험 가구 중에서 28.3%(29만 가구)는 올해 하반기, 30.8%(31만6000가구)는 내년 상반기에 만기가 돌아오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부동산 전문가들에 따르면, 2020년 하반기 국회에서 통과된 ‘임대차 3법’ 영향 속에 2021년 전셋값이 급등했습니다. 이때 고점을 찍었던 전세 계약의 만기가 올해 하반기부터 줄줄이 돌아옵니다. 이에 더해 ‘직방’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에는 16만5887가구가 입주를 앞두고 있습니다. 지난해 하반기(14만4886가구)보다 14% 많은 물량입니다. 입주물량 증가와 맞물려 전세 가격이 더 떨어지고 역전세 대란으로 번질 위험이 크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사실 전세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급등했다가 떨어졌으니 이제 역전세난은 피할 수 없는 위협입니다. 전세를 아예 없애야 한다느니, 전면 개편한다느니 혼란을 부추길 게 아니라 연착륙시키는 게 중요합니다. 전셋값 하락이 나쁜 것만도 아닙니다. 특히 전세가율은 오히려 더 낮은 수준으로 안정화돼야 합니다. 전세 가격이 매매 가격의 80∼90%까지 치솟았던 비정상이 사라져야 서민 부담이 줄어들고 집주인의 무리한 갭투자도 막을 수 있습니다.

다만 ‘울며 겨자먹기’로 비싸게 전세를 들어갔던 세입자에게는 잘못이 없습니다. 역전세난 때문에 이들이 보증금을 받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결국 전세보증금 반환 목적에 한해서는 집주인에게 대출을 풀어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 대출금을 갚는 것은 집주인이 감내할 몫이니, 그에 대한 구제책까지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달 30일 “전세금 반환 보증과 관련된 대출에 대해 제한적으로 규제를 완화하는 부분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역전세 폭탄이 터지기 전에 결정을 서둘러야 합니다.
김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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