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개미와 진딧물의 공생 지혜

  • 문화일보
  • 입력 2023-06-02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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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

진딧물은 식물의 즙 많이 먹고
소화 못한 당분 항문으로 배설

개미는 진딧물이 준 단물 먹고
무당벌레로부터 진딧물을 보호

말미잘·흰동가리·사마귀 등…
함께 어울려 사는 지혜 배워야


개미와 진딧물은 대표적으로 더불어 사는 공생(共生) 관계를 이룬다. 기꺼이 서로 돕고 사는 것에는 개미와 진딧물 외에 말미잘과 흰동가리, 일부 민물고기와 민물조개, 사마귀와 연가시, 콩과식물과 뿌리혹세균 들이 있다. 그들이 서로 도우며 함께 어울려 사는 지혜를 알아보자.

고추밭을 둘러보고 있으면 흔히 몇몇 고춧대에만 개미가 서성거리는데, 이상야릇하게도 개미가 고추나무 유액(乳液·sap)을 빨아먹는 곤충을 냉큼 잡아먹지 않고, 되레 주변 진딧물을 보살피고 있다. 개미(ant)와 진딧물(aphid)은 서로 도우면서 사는 멋진 공생(共生·mutualism) 관계다. 개미는 진딧물에게서 감로(甘露·단물·honeydew)를 얻고, 진딧물은 개미의 보호를 받아 천적으로부터 안전을 꾀한다. 다시 말해서, 진딧물이 고춧대의 즙액을 빨아서 끈적끈적한 단물을 항문에서 분비하면 개미가 그것을 받아먹고, 대신 개미는 진딧물의 포식자(捕食者·천적)인 무당벌레의 침입 공격을 막아준다.

개미는 벌과 함께 사회성을 이루는 것으로 이름난 곤충이다. 또, 개미는 진딧물이 안전하게 생활하도록 철저하게 천적을 쫓아내 안전한 삶터를 마련해주는데, 특히 자신보다 훨씬 큰 무당벌레도 내쫓는다. 대신 진딧물은 이러한 단짝 보호자 개미들에게 달콤한 감로를 선물한다. 진딧물은 식물의 즙에 든 당분(탄수화물)을 과다 섭취하여 완전히 소화하지 못한 당분을 배설하니, 개미가 바로 이것을 먹이로 삼는다.

개미가 더듬이로 진딧물의 항문을 살살 문질러(톡톡 두들겨) 감로를 분비하게 하는데, 이런 개미와 진딧물의 관계는 사람이 가축을 기르는 것과 다르지 않다. 개미 중에는 신통하게도 진딧물을 아예 집 안으로 데려가 식물의 뿌리 즙을 먹여 가면서 기르는 종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어떻게 이 두 곤충이 서로 의존하게 됐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무릇 생물들이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상부상조하지 않는 것이 없긴 하지만 말이다. 알고 보면 기생(寄主·더부살이)이란 것도 서로 돕는 관계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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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는 진딧물의 생리 생태에 대해서만 알아보자. 진딧물을 달리 ‘진디’라고도 하는데, 진디는 곤충강 진딧물과의 곤충으로 몸길이는 대개 2∼4㎜ 정도이다. 몸 빛깔은 다양하며, 곤충강(昆蟲綱)의 특징인 머리·가슴·배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머리에는 더듬이·겹눈·입(입틀)이 있고, 1쌍의 복안(겹눈)이 있다. 몸은 매우 연약하고, 제5 또는 제6 배마디 등판(꽁무니) 양옆에 얼핏 보아 뿔같이 생긴 2개의 뾰족한 ‘뿔관(cornicle)’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뿔관은 적을 방어하는 무기인데, 거기에서 분비하는 끈끈한 단물이 포식자의 주둥이를 부자유스럽게 만든다. 그리고 진딧물은 푸나무(풀과 나무)의 줄기·새싹·잎을 구기(口器·입틀)로 구멍을 뚫어 즙액을 빠는데, 정해진 한 가지 식물만 먹는 단식성(單食性·monophagous)이다.

진딧물의 번식력은, 농사짓는 사람이라면 너무도 잘 알고 있다. 한 마리가 수천 마리로 불어나는 번식력을 가져서, 순식간에 농작물 전체를 덮어버리기도 하므로 처음부터 못다 잡으면 그 작물은 쓸모없는 쑥대밭이 된다. 녀석들은 암컷이 수컷 없이 혼자서 새끼를 낳는 처녀생식(處女生殖·parthenogenesis)을 한다. 즉, 봄부터 초가을까지는 무성생식(無性生殖·asexul reproduction)으로 무한 증식을 하고, 늦가을에야 암수가 나타나 짝짓기(유성생식)하여 수정란이 생기는데 그것으로 동면한다. 또, 기주식물(寄主植物·host plant·기생생물에게 영양을 공급하는 식물)이 야위어 먹거리가 부족하거나 진디의 마릿수가 넘치면 갑자기 날개 있는 유시충(有翅蟲)이 생겨나 다른 곳으로 금세 퍼져 나간다. 때로는 600m 이상을 날아올라 강풍을 타고 멀리 날아가기도 한단다.

겨울나기를 한 수정란(受精卵·fertilized egg)은 3월 하순부터 4월 상순에 부화하여 날개 없는 암컷인 간모(幹母·stem mother)가 된다. 또, 다 자라면 알을 낳지 않고 새끼를 낳는데, 일종의 난태생(卵胎生·ovoviviparous)으로, 새끼들이 자라면 어미와 똑같은 날개 없는 암컷이 된다. 몇 세대를 이렇게 무성생식을 되풀이하면 기주식물의 잎줄기가 온통 진딧물로 뒤덮이게 된다. 밀도가 높아지기 무섭게 유시충이 발생하여 널리 분산(이동)하게 되며, 늦가을이 오면 날개가 있는 암수 개체가 나타나 짝짓기하여 수정란이 생겨난다. 그래서 열대지방이나 온실에서는 1년 내내 암컷이 처녀생식을 하는 통에 기하급수로 빠르게 늘어난다. 이런 번식력에 개미까지 덩달아 천적을 쫓아주니 그 더욱 좋지 아니한가!

진디는 작물에 해를 끼치는 벌레로, 식물의 진액(津液)을 빨아먹어 말라죽게 한다. 또한, 진딧물은 자신이 빨아들인 수액(樹液)을 못다 소화한 감로를 배설하니, 이것이 식물의 기공(氣孔)을 막아버리거나 검은곰팡이가 끼게 하여 전염병을 옮긴다. 이렇게 시골에서는 농작물에 피해를 주고, 도시에서는 4∼5월쯤에 나무 아래에 세워둔 자동차가 진딧물들이 흘리는 진득진득한 감로를 어이없이 잔뜩 뒤집어쓰기도 한다.

무당벌레에는 진딧물을 잡아먹는 육식성인 ‘칠성무당벌레’나 감자나 가지 잎을 먹는 ‘이십팔점무당벌레’ 따위와 같은 초식성이 있다. 그래서 중세 서유럽 농민들은 공경하는 성모를 빗대 칠성무당벌레를 ‘성모 마리아의 벌레(lady bugs)’라고 불렀다 한다. 또한, 우리는 이 벌레가 죽은 자의 영혼을 통해 길흉을 예측하며 굿하는 무녀(巫女)의 현란한 옷색과 무늬를 닮았다고 해서 ‘무당벌레’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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