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가면 벗은 中 ‘치팅 바둑’

  • 문화일보
  • 입력 2023-06-02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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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수 논설위원

얼마 전 끝난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 바둑 대표 재선발전 결과가 화제다. 인공지능(AI) 치팅(부정행위) 논란을 피하려고 와이파이를 차단한 채 간판 프로기사 10명이 대면 대국으로 치른 결과는 중국 바둑계에 충격이었다. 중국 1위 커제 9단이 부진 끝에 엔트리(6명)에 간신히 든 것보다도 지난해 12월 말 AI 치팅 의혹의 주인공인 리쉬안하오 9단(중국 3위)이 꼴찌로 탈락한 것에 더 관심이 쏠렸다. 그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코로나 때문에 올 9월로 1년 연기되기 전 열렸던 지난해 1차 선발전에선 1위였고, 지난해 12월 중국 춘란배에선 AI처럼 만점짜리 수를 잇달아 구사하며 중국 기사들에겐 철벽인 신진서 9단에게 압승을 거뒀기에 더욱 그렇다. 의혹을 제기했던 양딩신 9단이 그에게 쾌승을 거두며 압도적인 성적으로 1위로 선발된 것과 극명하게 대비됐다.

중국 바둑계는 선발전 이후 치팅 의혹을 재평가하며 “양 9단이 리 9단의 가면을 벗겼다” “결국 양 9단이 옳았다”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 등 양 9단을 편드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의혹 제기 당시 커제 등 일부 기사를 제외하고는 비판 일색이던 것과는 정반대다. 양 9단으로선 그야말로 격세지감일 게다. 그는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려고 리 9단에게 프로기사 생명을 걸고, 전파가 차단된 가운데 화장실에도 가지 말고 20번기를 둬 진실을 가리자는 제안까지 했었다. 그러나 그는 근거 없이 의혹을 제기해 축제 분위기를 망쳤다는 괘씸죄를 사 중국기원으로부터 6개월 출장금지라는 엄벌을 받았었다. 여론이란 게 참으로 무상하다.

리 9단은 코로나 시기 비(非)대면 바둑에서 승승장구했다. 그런 그는 지난달 31일 LG배 세계바둑대회 16강전에서도 신진서 9단에게 불계패로 여지없이 무너졌다. 이 대회도 대면 대국이다. 그의 몰락으로 AI 치팅 리스크는 더욱 부상했다. 현행 국내법으로는 세계 대회라도 대국장 주변에 전파 차단기를 설치하지 못한다고 한다. 비대면 대국을 금지하지 않는 이상, 공정한 승부를 위해 제도적 보완이 절실하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바둑 경기는 오는 9월 24∼28일 남녀 개인전, 9월 29일∼10월 3일 남녀 단체전이 예정돼 있다. 치열한 한·중 대결이 예상된다. 치팅이 불가능하게 원천 차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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