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숙인 김광현·정철원·이용찬과 국가대표의 품격

  • 문화일보
  • 입력 2023-06-02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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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SSG의 김광현이 1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삼성과의 KBO리그 경기를 앞두고 지난 3월 WBC 대회 기간 음주 사실에 대해 사과를 하고 있다. SSG 제공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나선 김광현(35·SSG), 이용찬(34·NC), 정철원(24·두산)이 대회 기간에 심야 음주를 했음을 인정하고 공식으로 사과했다.

김광현은 1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쏠(SOL) KBO리그 삼성전을 앞두고 "WBC 대회 기간 불미스러운 행동에 대해 사죄의 말씀을 드리려고 한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제대회 기간에 생각 없이 행동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정철원과 이용찬도 이날 창원NC파크에서 음주한 사실과 경위를 공개하며 사과했다.

최근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조사결과, 3월 WBC에 출전한 대표팀 소속이었던 김광현과 이용찬, 정철원으로 "대회 기간 술을 마셨다"는 진술을 받았다. KBO는 이들의 대회 기간 행적을 파악했고, 여성 종업원이 있는 유흥주점을 다녀온 사실을 확인했다. 다만, 선수들은 일부에서 보도된 경기 전날 유흥주점 방문과 여성 종업원과의 동석 등을 완강히 부인했다.

야구팬들은 분노하고 있다. 선수들이 경기를 앞두고 술을 마셨는가, 여성 종업원이 있었느냐가 사건의 본질이 아니다. 국가대표팀으로 나간 선수들이 대회 기간 중 숙소를 이탈해 음주를 즐겼다는 것이다. 직업윤리가 모자란 일부 선수의 잘못이라고는 하지만 프로야구의 팬들에게는 여간 실망스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전국민적인 응원을 받고 출전한 국제대회였고, 기간 중 유흥주점을 찾았다.

대표팀 코칭스태프도 적잖이 당황한 모습이다. 감독, 코치가 숙소 방문 앞에서 진을 치고 지키는 것은 모양이 우습다. 그래서 대회 기간 내내 개인 일탈 행동을 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올해 WBC 대표팀에서 선수들을 지도한 한 코치는 "성인이 된 프로 선수들이 밤에 몰래 나가려고 마음먹으면 알아차릴 방법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대형 국제 스포츠 이벤트마다 나오는 선수단과 관계자가 일탈로 구설에 오른 것은 사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 야구에선 2000년 시드니올림픽 당시엔 대표팀 선수 일부가 예선 기간 술을 마치고 카지노장을 찾은 사실이 알려져 큰 홍역을 치른 바 있다. 당시 대회에서 대표팀이 일본을 누르고 동메달을 따면서 징계가 흐지부지됐지만, 팀워크와 한국야구의 이미지에 상당한 상처를 입혔다.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 비슷한 일이 되풀이됐다. 선수들의 윤리의식은 시드니올림픽 도박 파문이 일었던 2000년대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최근 책임과 품위를 잊은 선수들의 일탈이 잇따르는 것을 보면 프로야구 전반의 문화적 문제점이 의심스럽다.

물론 미국 애리조나 등을 거치며 길었던 합숙 훈련을 치른 선수들이 일상에서 이탈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가 된다. 프로야구 선수, 야구대표팀에 선발될 수 있는 스타급 선수들은 고액의 연봉을 받고 팬들의 사랑을 누린다. 젊고 워낙 유명하다 보니 주위의 유혹도 많다. 특히 얼굴이 알려진 국내보다 모처럼 해외에 나갔을 땐 유혹에 쉽게 빠질 수 있다. 선수들끼리 함께 모여 있고, 선후배의 관계이기에 꼬드김이 오면 잘 넘어가는 구조다.

사실 소속팀의 해외전지 훈련 등에선 사생활을 문제 삼진 않는다. 술이든 카지노든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 또한 그들의 개인 취향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그러나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았을 경우는 다르다. 무엇보다 태극마크는 한국을 상징한다. 유니폼에 붙은 태극마크가 주는 무게를 생각하며 행동을 절제해야 한다. 실력만 국가대표여서는 안 된다. 적어도 국민은 그렇게 믿고 바라고 있다.

정세영 기자
정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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