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압수수색 남발 통제” vs 수사기관 “기밀성 저하 우려”… ‘영장前 심문’ 대립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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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사전심리제’ 학술대회

11년새 압수수색영장 청구 4배로
법원, 별건압수 등 ‘통제’ 강조

정보통신기술 발달로 실무변화
檢·警은 기존 반대입장 고수

압수수색 영장 사전 심리 도입을 핵심으로 하는 대법원의 형사소송규칙 개정안에 대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법원은 구속영장처럼 압수수색 영장 발부 전 사건 관계자에 대한 대면 심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검찰·경찰 등은 은밀하게 이뤄져야 하는 수사의 특성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법원 형사법연구회·한국형사법학회는 2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법원종합청사에서 ‘압수수색영장 실무의 현황과 개선 방안’ 공동학술대회를 개최한다. 이번 학술대회는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의 필요성 및 문제점’ ‘압수·수색 참여권 관련 최근 판례의 동향’ 등 두 가지 주제로 진행된다. 법원과 검찰뿐 아니라 경찰·학계·변호사도 참여한다. 법원은 당초 6월부터 압수수색 영장 사전 심리를 도입하려 했지만,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의 반발이 거세자 의견 수렴을 더 하기로 하고 이번 학술대회를 준비했다. 규칙 개정안에 대해 대한변호사협회도 반대 의견을 냈다.

법원 측은 학술대회에서 압수수색 영장의 통제 필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가 휴대전화 등 전자정보 압수에 의존하게 되면서 압수수색 영장이 크게 늘어났는데 무분별한 영장 청구 관행이 생겼다는 것이다. 2011년 10만8992건이던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 청구 건수는 지난해 39만6671건으로 11년 만에 4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발부율도 87.3%에서 91.1%까지 증가했다. 법원 관계자는 “구속영장과 달리 압수수색 영장은 법원이 쉽게 내주는 경향이 있었다”며 “광범위한 압수수색을 통한 사생활 침해 논란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제도 변화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검찰·경찰은 법원이 바뀐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반박할 것으로 전해졌다. 범죄자들이 다양한 계정의 SNS 메신저, 이메일 등을 범죄에 이용해 압수수색 범위가 늘 수밖에 없는 데다, 과거 공문을 통해 관계 기관으로부터 임의제출 받을 수 있었던 자료들도 모두 영장을 발부받아 압수하는 방향으로 수사 실무가 변했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영장 청구 건수가 늘었다는 것만으로 강제 수사가 증가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오히려 영장주의라는 사법적 절차를 철저히 준수한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압수수색 영장 사전 심리 도입 시 참여자에 피의자가 포함되는지도 논란이 되고 있다. 법원은 수사기관 관계자 등의 의견만 듣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검찰·경찰은 규칙 문구가 ‘사건 관계자 등’으로 돼 있어 피의자가 참여권을 주장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럴 경우 수사의 기밀성이 침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압수수색의 구체적인 범위 제한도 쟁점이다. 법원은 현재 별건 압수 등이 많다고 보지만, 수사기관은 지나치게 범위를 제한할 경우 피의자에게 증거 인멸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김무연 기자 nosmok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