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상속세, 자본이득과세로 바꿔야 한다

  • 문화일보
  • 입력 2023-06-02 11:48
  • 업데이트 2023-06-02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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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선 기업&경제연구소장, 연세대 경영대학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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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 그룹 창업주 고 김정주 회장 유족이, 물려받은 넥슨 지주회사 NXC 주식으로 상속세를 냈다. 이번 현물납세로 정부는 NXC 주식 총수의 29.3%인 85만2190주를 보유해 2대 주주가 됐다. 이로 인해 배우자와 두 딸의 지분은 98.64%에서 69.34%로 줄었다.

이는 현행 우리나라 상속세 제도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우선, 국가가 직접적 기여도 없이 개인이 피땀 흘려 일군 사기업의 2대 주주가 돼 해당 기업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사기업의 공기업화 촉진을 의미한다. 그런데 우리는 공기업인 한전과 가스공사, 민영화 기업(privatized enterprise)인 포스코, KT, KT&G 등에서 정치권력과 정부의 개입으로 인한 비효율성과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경험하고 있다. 이미 국민연금의 ‘좋은 지배구조’를 명분으로 한 개입과 맞물려 상속세로 인한 정부의 사기업 대주주화는 정부의 사기업 경영 개입을 증폭시켜 기업 경쟁력을 갉아먹는 폐해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다음으로, 이렇게 큰 지분이 정부에 넘겨진 것은 우리나라 상속세 최고세율이 50%이고, 경영권 승계 시 10%(세액의 20% 가산) 가산한 60%나 되기 때문이다. 현재의 상속세율 아래서 경영 승계가 2대만 계속되면 NXC의 경영권은 결국 정부로 넘어가게 됨을 의미한다. 상속세가 남의 불행에 부과되는 ‘죽음세(death tax)’라고 비난받는 이유다. 이렇게 높은 상속세율은 시장의 핵심 게임 규칙인 사유재산권 제도에 타격을 가해 번영의 토대인 시장경제 체제의 효과적 작동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또 하나, 우리나라 상속세 최고 세율은 경영권 승계 시 프리미엄을 포함하면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예컨대 일본 55%, 프랑스 45%, 미국·영국 40%, 독일 30%이고, 호주·오스트리아·캐나다·이스라엘은 상속세를 폐지하고 자본이득과세 등으로 전환했다. 상속세가 정당한 부에 대한 징벌적 세금이어서, 개인의 창의력과 기업가 정신 발휘를 통한 혁신과 창업 인센티브를 심각하게 저해한다는 게 밝혀졌기 때문이다. 더구나 상속세 수입이 전체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대단히 미미한 데 비해 그 인센티브 저해 효과는 매우 크기 때문에 높은 세율 유지의 실익이 없다.

이런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해야 할 조치들이 있다.

첫째, 정부가 상속세로 받은 주식의 의결권 행사를 최소화하기 위한 법·제도적 장치 마련을 서둘러 정부의 경영 개입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 둘째,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해 상속세를 폐지하고 자본이득과세로 바꾸는 게 합리적이다. 그렇게 할 경우 여타 자산과 상속자산에 대한 세 부담의 형평성을 강화하는 장점도 있다. 셋째, 과세 방식을 피상속인의 전체 재산에서 상속인별 상속분으로 바꿔 지나친 과세 부담을 줄여야 한다. 승계되는 실제 상속 재산은 상속인별로 나눈 금액이므로 이에 대해 과세하는 게 형평성에 맞고 합리적이다. 끝으로, 승계 과정에서 상속세 납부로 인한 경영권 상실로 실업 등 사회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용 유지 시 과세 이연 허용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 이 방식은 중소기업의 가업 승계 원활화 장점이 있고 독일에서 사용해 상당한 효과를 보고 있는 제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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