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그샷’은 31명 중 단 1건뿐… 실효성 없는 신상공개

  • 문화일보
  • 입력 2023-06-05 12:04
  • 업데이트 2023-06-05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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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또래 여성 살해’ 피의자 정유정(23)이 지난 2일 마스크와 벙거지로 얼굴을 가린 채 검찰에 송치되고 있다(가운데). 1일 부산경찰청은 앳된 얼굴의 증명사진을 공개했다(왼쪽). 5월 26일 정유정이 시신을 담을 여행용 가방을 끌고 가는 폐쇄회로(CC)TV 영상에서도 얼굴을 제대로 확인하기 어렵다(오른쪽). 연합뉴스·부산경찰청 제공



피의자 구속 때 찍는 얼굴 사진
당사자 동의 있어야만 공개 가능
‘송파 일가족 살해’ 이석준 유일

‘또래 살해 구속’ 정유정 사진은
6년전인 17세 때의 것으로 추정
주민증으론 現얼굴 확인 어려워


‘또래 여성 살해’ 사건 피의자 정유정(23)의 신상 정보가 공개됐지만 ‘현재 얼굴’이 아닌 소녀 이미지의 증명사진이 공개되면서 ‘머그샷(구속된 피의자를 촬영한 얼굴 사진)’ 공개 기준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머그샷은 피의자 동의를 거쳐야만 공개가 가능해 최근 4년간 신상공개가 결정된 피의자 31명 중 머그샷이 공개된 사례는 단 1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5일 경찰에 따르면 피의자 신상공개 제도는 연쇄살인범인 강호순 사건을 계기로 2010년부터 시행됐다. 관련 법에 따르면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경우 △죄를 입증할 충분한 증거가 있는 경우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피의자가 청소년에 해당하지 않을 경우 등 4가지 요건이 모두 충족돼야 얼굴·이름·나이 등 피의자의 신상 정보가 공개될 수 있다.

문제는 공개되는 사진과 실제 얼굴과의 괴리다. 가장 정확한 최근 얼굴 사진이라 할 수 있는 머그샷은 피의자가 동의해야만 공개할 수 있다. 2019년 경찰은 법무부의 유권해석에 따라 피의자 동의가 있을 경우에 한해 머그샷을, 동의가 없을 경우엔 국가시스템에 등록된 신분증 사진 등을 공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후 신상공개가 결정된 피의자 31명 중 머그샷이 공개된 사례는 ‘송파 일가족 살인사건’의 피의자 이석준(27)뿐이다. 정유정 역시 머그샷을 거부해 신분증 사진이 공개된 상태다. 이 사진은 경찰이 구청으로부터 받은 주민등록증 사진으로, 통상 만 17세부터 주민등록증을 발급받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고등학생 때 얼굴로 추정된다. 주민등록증 재발급 사진이 아닌 최초 사진이라면 현재 얼굴과 6년의 차이가 나는 셈이다.

정유정이 검찰로 송치될 때도 챙이 깊은 모자를 눌러 쓰고, 마스크를 눈 밑까지 올려 써 얼굴을 알아볼 수 없었다. 앞서 2019년 국가경찰위원회의 신상공개 지침이 바뀌면서 피의자가 모자나 마스크 등으로 얼굴을 가리는 것이 사실상 허용됐기 때문이다.

머그샷을 포함한 흉악범 신상공개를 두고 찬반 논쟁은 계속돼왔다. 흉악범의 신상을 공개함으로써 반사회적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범죄자가 사는 지역의 주민들에게 피의자의 얼굴을 분명하게 알려준다는 의미에서 머그샷 공개가 확대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게 사실이다. 반면 머그샷 공개 반대 측에서는 범죄 예방 효과가 미미하고 공익적 의미가 거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신상공개제도의 찬반이 첨예하게 갈리는 것은 이도 저도 아닌 식으로 운영돼 왔던 탓이 크다”며 “철저하게 검토한 후 결정한 신상공개라면, 머그샷 의무 공개 등의 방안으로 더욱 공격적으로 공익을 실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월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흉악범의 신상을 공개할 때 최근 30일 이내에 촬영한 얼굴 사진을 사용하도록 하는 법안을,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새로 촬영한 사진을 공개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전수한·조율 기자
전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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