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범죄도시3’의 마석도(마동석)는 주먹 하나로 모든 사건을 해결한다. 에이비오 엔터테인먼트 제공
■ ‘범죄도시 3’ 인기로 본 한국 극장가 흥행공식 3
1. 아는 맛이 무섭다
전편서 학습했던 익숙한 줄거리
감초 역할 조연 웃음패턴 그대로
2. 응원하고픈 캐릭터
악당 혼내줄 때마다 카타르시스
늘 곁에 두고 싶은 영웅으로 느껴
3. 단순한 스토리·보편적 정서
반전의 반전처럼 복잡한 건 질색
기대한 쾌감 확실한 전달 좋아해
고민 없이 악당을 때려잡는 마동석의 주먹을 이토록 기다렸다니. 한국 영화 침체기란 말이 무색하게 ‘범죄도시3’(연출 이상용)가 6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질주하고 있다. 100만 명이 버거웠던 다른 영화들 사이에서 올해 첫 ‘천만 영화’를 기대해볼 만큼 순항 중이다. 모든 현상엔 이유가 있는 법. 관객의 예상은 좀처럼 벗어나지 않고, 기대는 어떻게든 충족시켜야 사는 극장가의 흥행 공식을 ‘범죄도시3’를 통해 살펴봤다.
◇아는 맛을 찾는다 = ‘범죄도시3’는 기존 성공 사례를 철저히 따르는 ‘프랜차이즈’ 영화임을 숨기지 않는다. 마동석이 맡은 마석도가 서울 금천경찰서에서 광역수사대로 무대만 옮겼을 뿐, 늘 그랬듯 압도적 힘을 바탕으로 악당을 혼내주고, 특유의 친근함으로 웃음을 안기는 패턴은 그대로다. 조연들의 감초 활약도 전편 그대로다. 전편의 ‘강이수’(박지환) 역할을 ‘초롱이’(고규필)와 ‘김양호’(전석호)가 수행한다. 이들은 하나같이 마석도의 힘에 굴복해 사건 해결을 도와주는 미워할 수 없는 범법자들이다.
‘범죄도시3’ 외에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볼륨3’ ‘존 윅4’ 등 박스오피스 상위권인 다른 속편 영화도 마찬가지다. 전편을 통해 학습했던 캐릭터가 펼치는 여정에 관객들은 기꺼이 탑승했다. 상반기 ‘농놀’(농구놀이)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더 퍼스트 슬램덩크’나 어린이날 특수를 제대로 누린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처럼 원작이 있는 작품도 아는 맛 전략이 성공한 예다. ‘스즈메의 문단속’ 역시 국내 탄탄한 팬층을 거느린 신카이 마코토의 ‘재난 오디세이 3부작’이란 점에서 익숙한 맛이었다.
◇응원하고픈 캐릭터 = ‘범죄도시3’의 마석도는 ‘민중의 몽둥이’로서 ‘나쁜 놈’만 때려잡아 관객들에게 통쾌함을 안긴다. 악당은 혼내줘야 하고, 약자는 구해야 한다는 정의로운 경찰의 모습에서 한순간도 벗어나지 않는 마석도는 우리 곁에 두고 싶은 영웅이다. 마동석도 “마석도가 사랑받는 가장 큰 이유는 카타르시스”라고 말했다. 재난의 문을 닫는 ‘스즈메의 문단속’의 ‘스즈메’ 역시 응원해야 마땅한 캐릭터.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경우 관객이 좋아하는 선수들을 응원하는 응원상영전이 극장에서 펼쳐졌다. 캐릭터에 대한 팬덤화 현상으로 확장된 사례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상단부터 ‘범죄도시3’의 악역 주성철(이준혁)과 리키(아오키 무네타카)는 시종일관 나쁜 짓을 일삼는다. 에이비오 엔터테인먼트 제공
◇단순한 스토리로 보편적 정서 추구 = ‘범죄도시3’는 절대선 마석도에 대항할 절대악 빌런을 매 영화마다 발굴했다. 1편 ‘장첸’(윤계상), 2편 ‘강해상’(손석구)처럼 3편엔 탐욕에 눈 뒤집힌 빌런 ‘주성철’(이준혁)과 야쿠자 살인 무기 ‘리키’(아오키 무네타카)를 등장시켜 선악 대결 구도를 강조했다. 마석도가 악당을 혼내는 데 열 올리는 이유도, 악당들이 왜 나쁜 짓을 하는지에 대한 이유도 설명되지 않는다. 마석도가 늘 정의롭듯, 악당들은 늘 악랄하다. 촘촘한 개연성보다 고전적 정의 관념을 추구하는 게 이 영화의 흥행 미덕이다.
반면 선악이 모호하거나 ‘반전의 반전’ ‘멀티버스’처럼 ‘꼬아진’ 영화는 대체로 외면받았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활성화와 티켓값 상승으로 극장을 향하는 관객은 신선함보다 안정성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극장에서 볼 영화를 고르는 기준이 까다로워졌다기보단 보수적이고 소극적으로 변했다고도 볼 수 있는 지점이다.
허남웅 영화평론가는 “요즘 관객들은 시간과 돈을 손해 보지 않으려는 심리가 큰 것 같다”며 “‘범죄도시3’ 흥행은 전편의 후광에 힘입은 게 크다. 새로운 시도를 했다면 오히려 관객이 줄어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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