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경의 시:선(詩:選)]차분한 삶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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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에 물을 주며 생각한다/ 지금 꽃에 물을 주는 일을/ 성실하게 이행하자/ 다음에 할 일을 지금 생각하다 보면/ 꽃에 물 주는 일을 서두르게 되고/ 꽃에 물 주는 일이 허술하게 된다/ 그러니까, 지금 꽃에 물을 주며/ 딴생각하는 내가/ 나를 타이르는 것이다/ 꽃이 나를 보고 있으니까’

- 김용택 ‘꽃이 나를 보고 있다’(시집 ‘모두가 첫날처럼’)

‘사람들 성격 참 급해.’ 버스에 타고 있으면 이런 생각을 절로 하게 된다. 정류장에 도착하기도 전에 우르르 일어나는 사람들. 교통카드가 태그하는 소리. 문이 채 열리기도 전에 계단에 내려서기 바쁜 발들. 완전히 정차한 후 자리에서 일어나 달라는 안내 문구가 무색해지는 장면이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다 보면 걱정에 앞서 웃음부터 난다. 분명, 나도 저럴 테니까.

남명 조식 선생은 ‘성성자(惺惺子)’라는 방울을 차고 다녔다 한다. 서두르거나 흐트러질 때 들리는 방울 소리로 몸가짐을 가다듬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이다. 진지하게 방울을 하나 사볼까 쇼핑몰을 검색해 보기도 했다. 아닌 게 아니라 요즘의 나는 참으로 번잡스럽다. 이 일과 저 일 사이를 오가며 무엇 하나 똑바로 매듭짓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하나하나의 매조지가 못마땅하기만 하다. 한 술자리에서 친구는 이러한 나의 처지가 그저 성품 탓만은 아닐 거라고 장담했다. “그놈의 멀티태스킹 때문이야.” 그의 말에 따르면 이 사회는 한 사람이 감당하지 못할 만큼의 일을 쏟아내고 있다. 메일 문자 전화 SNS 등등의 방식을 통해 다양한 일에 관여하도록 종용한다는 것이다.

며칠 전 나는, 인터넷도 스마트폰도 없이 살던 20대 나의 저녁을 생각해 봤다. 어쩔 수 없이 읽을거리와 생각거리에 천착하던 그때 나의 고민은 오늘의 삶에 대한 것이었다. 이제 와 이 모든 것을 다 버릴 용기는 없다. 대체 어찌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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