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업무비 부정까지 드러난 선관위, 이래서 감사 거부하나

  • 문화일보
  • 입력 2023-06-08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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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관리위원회의 일탈이 자체 감사와 비리 관련자 수사 의뢰 정도로 넘어갈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금까지 드러난 자녀 특채 등의 문제만 보더라도 조직 전체가 한통속이 돼 짬짜미하는 게 아니냐의 의심을 받기에 충분했는데, 업무추진비 의혹까지 추가됐다. 수사와 감사, 국정조사는 말할 것도 없고, 노태악 위원장 등 중앙선관위원들에 대한 사법적 행정적 책임 추궁도 불가피해졌다.

중앙선관위 고위 간부들은 최근까지도 주말에 호텔 등에서 업무추진비를 사용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현금으로 받았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실이 받은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에 따르면, 간부들은 2018년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주말에만 53건, 업무추진비 997만 원가량을 지출했다. 주말에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공명선거추진 활동비’ 명목으로 식사를 하거나, 호텔에서 ‘정치관계법 의견 수렴’ 명목으로 밥을 먹었다. ‘바둑동호회 운영방안 논의’ 명목으로 스테이크하우스, ‘일선 의견 수렴’ 명목으로 한우 식당을 찾기도 했다. 비용이 많지 않고, 선관위도 “선거 업무”라고 해명하지만, 도덕적 해이 여부를 감사와 수사로 낱낱이 규명해야 한다.

2018년 지방선거 경비와 업무추진비 등을 부적절하게 사용해 감사원으로부터 주의 처분을 받기도 했다. 업무 추진비는 카드로 계산하고 증빙 서류로 남겨야 하는데, 현금으로 주고받으며 서류도 꾸미지 않았다. 이런 행태만으로도 불법이다.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휴일에 업무추진비를 사용했다는 의혹이 일어 낙마한 적도 있다.

회계 문제는 지금도 감사원 감사 대상이다. 감사원의 선관위 직무 감찰에 대해서는 중립성 훼손 우려 등의 비판도 있지만, 선거관리 업무도 행정업무로서 그 대상이라는 헌법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이제라도 감사원 감사를 흔쾌히 수용해야 한다. 노 위원장이 즉각 물러나는 게 비리 척결과 선관위 조기 정상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번 기회에 대법관의 중앙선관위원장 겸임 문제도 개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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