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수의 시론]中의 주택 사재기에 판 깔아줬던 文 5년

  • 문화일보
  • 입력 2023-06-12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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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수 논설위원

외국인 보유주택 53%가 중국
강남3구·용산만 4500채 수준
6년간 中 매입 3만채 이상 추정

‘공동부유’ 피한 中 자금 활개
文정부 외국인 규제 예외 특혜
내국인 역차별 더는 방치 안 돼


문재인 정부 때 집값 폭등기에 외국인들이 부동산을 대거 사들인다는 현장의 경고가 끊이지 않았다. 사재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특히, 중국 자금이 서울 강남 등 핵심 요지에서 아파트·건물을 매집한다는 단편적인 정황들이 제기됐다. 그러나 우려를 뒷받침할 근거가 부족했다. 외국인 소유 주택은 토지와는 달리 아예 통계가 없었던 탓이다. 국토교통부가 윤석열 정부 출범 2년에 맞춰 지난해 기준 외국인 보유 주택 현황을 처음 발표한 것은 주목할 진전이다.

물론 이 통계도 ‘빈칸’이 많다. 특히, 2022년 이전의 수치가 없어 비교가 안 된다. 그래도 중국의 주택 사재기 정황을 부분적으로 보여준다. 통계에 따르면 외국인 보유주택은 총 8만3512가구인데, 이 중 53.7%(4만4889가구)를 중국인이 갖고 있다. 미국인(23.8%)의 두 배가 넘는다. 외국인의 서울 주택은 2만1882가구에 이른다. 알짜인 강남 3구(4989가구)와 용산구(1312가구)만 해도 6301가구나 된다.

국토부 등의 국정감사 자료를 종합하면 외국인의 주택 매입은 대부분 문 정부 때 이뤄졌던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의 주택 매입은 문 정부가 출범한 2017년(6098가구)부터 눈에 띄게 늘어, 2021년엔 8186가구로 급증했고, 지난해도 8000가구 이상으로 추정된다. 2017∼2022년 6년간 합산치가 줄잡아 4만5000가구 수준에 이른다. 중국인 비중은 2017년 61%에서 2020년 이후엔 71%까지 치솟았다. 6년 새 3만 가구 이상 사들였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번에 국토부가 발표한 외국인의 강남 3구·용산구 아파트 보유분 중 70%가 중국인 소유라고 하면 4500가구 정도 된다. 평균 집값이 20억 원이면 9조 원, 15억 원이면 6조 원이 넘는 중국 자금이 아직도 들어와 있다고 추산할 수 있다. 중국 동포를 제외하면 중국인의 귀화나 투자이민이 늘어났다는 통계적 근거도 없으니 대부분 단기 투기자금으로 간주된다. 물론 이보다 더 많은 자금이 이미 차익을 얻고 빠져나갔을 공산이 크다. 그렇지만 이번 통계의 기준인 2022년 이전의 상황은 알 수가 없으니 추정만 할 뿐이다. 문 정부의 부동산 국정에 또 다른 큰 구멍이 뚫려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문 정부의 집값 급등기는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분배를 강조하는 이른바 ‘공동부유(共同富裕)’를 내세워 부동산 규제와 함께, 마윈(馬雲) 같은 기업인과 빅테크를 노골적으로 압박하기 시작하던 때였다. 공동부유는 2019년부터 거론되기 시작해 2020년에 본격화했고, 2021∼2022년이 절정이었다. 폐기된 것은 아니지만, 올 들어선 압박 강도가 상당히 낮춰졌다. 중국은 당·정부·국영기업이 사실상 한몸이다. 특히, 정책 변화에 민감하고 정보 수집이 빠른 당정 주변의 거액 자금들은 사전에 중국을 빠져나갔을 것이다. 당시 집값이 치솟던 한국은 유력한 탈출구였을 게 분명하다.

문 정부는 집값과 투기를 잡겠다며 25차례나 대책을 쏟아냈지만, 중국 등 외국인은 예외였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한도 강화, 15억 원 초과 주택담보대출 금지 등 각종 규제에서 임기 내내 예외를 적용하는 혜택을 줬다. 이중 삼중으로 규제에 둘러싸여 있는 일반 국민과의 역차별 문제가 제기돼 왔던 이유다. 여기에 익명성이 보장된 K-코인(가상화폐)은 자금 출처 은닉·자금세탁 등을 통해 불법·편법 통로로 이용됐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지만 문 정부의 해당 부처들은 코인 관리 강화 요구에도 핑퐁 게임을 하며 미적거렸다.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도 외국인 규제는 상호주의에 어긋난다며 입법을 외면했다.

입만 열면 부동산 투기가 문제라고 했던 문 정권이었다. 중국이 부동산 대란 속에서 강남 등의 주택을 대거 사들이는 상황을 몰랐을 리 없다. 그런데도 규제 공백과 조(兆) 단위의 자금 유출입 통로를 방치했다. 집값을 더욱 자극할 중국의 주택 사재기에 판을 깔아줘 대란을 더 키운 셈이다. 친중 정부라는 사실을 거듭 확인하게 된다. 외국인 부동산 투자에 내국인과 같은 규제를 적용해 역차별을 없애는 것은 당연하다. 내국인과 동등 대우가 차별 규제일 수 없다. 윤 정부가 외국인 규제 사각지대를 없애기로 한 것은 옳은 방향이다. 그래야 집값 변동성도 줄일 수 있다. 더는 방치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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